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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하나] 요지경 선거, 2010 이탈리아 지방선거
끊임없는 섹스 스캔들과 부정부패 혐의도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정치적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3월 2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지방선거, 20개 주 가운데 13개 주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라치오 주를 포함해 모두 4개 주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2석에 불과하던 종전에 비해 2배나 늘어난 의석수는 물론, 파트너쉽을 자랑하는 극우 성향의 북부 연맹이 최초로 2명의 주지사를 배출한 점을 감안하면 반타작을 이룬 셈이다.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인생에서 최대 위기라고 불렸던 2010년 이탈리아 지방선거, 후보등록 누락 파문부터 쇼걸 공천까지, 정치권의 대립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 정치생명을 걸고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베를루스코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탈리아의 지방선거 현장을 W에서 공개한다.
정신건강에 해로운 베를루스코니 VS 작고 말 많은 좌파
“이탈리아 정치는 코미디입니다” 선거판을 바라보는 이탈리아의 젊은이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우파 연합은 작고 말 많은 좌파가 승리하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좌파 연합은 끊임없는 성추문과 망언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베를루스코니가 정신건강에 해롭다고 공격했다. 세 번째 총리직에 취임하며 장기집권 중인 베를루스코니에게 2009년은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였다. 18세 속옷 모델과 염문설부터 이에 발끈한 부인이 제기한 천문학적 액수의 이혼소송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스캔들과 추문이 잇달았다. 하룻밤을 보낸 매춘부에게 유럽의원 자리를 약속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취임이후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경제 살리기와 이민자 반대 정책을 앞세운 중도우파 연합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정치적 환멸도 문제 삼지 않을 만큼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관대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섹스 스캔들 터져도 승승장구! 베를루스코니 정치 생명의 원천, 미디어!
이탈리아 사람들의 80% 이상이 텔레비전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하지만 어떤 방송에도 2010년 지방선거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모든 방송은 총리의 편에 있습니다. 선거에 관련한 정보는 인터넷을 사용하거나 노력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마저 점점 더 어려워지는군요.” 이탈리아의 주요 채널 4개 중 3개가 베를루스코니 총리 소유의 TV 방송 그룹에 속해 있다. 국영 텔레비전인 RAI가 있지만, 총리로서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탈리아 미디어의 90% 가량이 그의 손아귀에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선거가 임박하자 RAI에서 방영하던 몇몇 시사프로그램의 방영금지를 통신규제위원회에 요청한 것. 이에 반발하는 언론 관계자들이 볼로냐에서 개최한 정치 토론회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생중계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례적으로 10만 여 명이 접속했다. 하지만 이는 총 유권자 4400만 명의 일부에 불과하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를루스코니가 제공하는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보며 즐거워할 뿐이다.
쇼걸을 정계로, 선거법은 내 맘대로! 베를루스코니의 요지경 지방선거
본인이 소유한 방송사에서 활동하는 쇼걸들을 후보로 공천하면서 구설수에 올랐던 베를루스코니. 미녀공천은 이미 유명하다. 마라 카르파냐 기회평등부 장관 역시 텔레비전 쇼걸 출신,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선 미인대회 출신의 앵커와 연예인 4명을 공천하기도 했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20대의 미녀의 잇따라 정계에 진출하면서 텔레비전 쇼걸이 선망의 직업 1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후보등록 마감일을 놓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집권여당 후보들이 무더기로 출마자격을 상실하자, 핵심 선거구에서 후보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포고령을 통과시켰다. 베를루스코니와 여당은 선거법 개정이 아니라 새로운 유권 해석이라고 설명했지만, 법원은 위헌판결을 내렸다. “포르노 스타가 국회에서 일하는 나라, 이탈리아 정치인들로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선거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지만, 정치에 대한 냉담한 시선까지 달구진 못했다. 결국 15년 만에 최저 투표율을 이번 선거에서, 베를루스코니는 승리와 함께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까지 잠재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0년 이탈리아 지방선거, 그 생생한 현장을 W가 취재했다.
[Zoom In 둘] 실론티의 눈물, 스리랑카 타밀족
인도의 끝자락에 위치해 마치 커다란 눈물 방울처럼 보이는 섬나라 스리랑카. ‘실론섬’으로도 잘 알려진 이곳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명품 홍차, 일명 ‘실론티’의 원산지다. 원래 영국의 귀족들이 즐겨 마셨다는 홍차를 전세계에 널리 알린 실론섬에는 그러나, 남들이 모르는 눈물과 설움이 스며있다. 실론티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가 취재했다.
홍차향에 이끌려 찾아간 곳, 누와라엘리야 홍차 농장
콜롬보의 한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온 거리가 홍차향으로 가득했다. 홍차의 나라에서 직접 만들어주는 밀크티를 맛본 제작진. 잊을 수 없는 맛의 출처를 찾아, 실론섬 중남부에 위치한 ‘누와라엘리야’ 홍차농장으로 향했다. ‘동양의 스위스’라 불릴 만큼 깨끗하고 아름다운 경치와 시설을 갖춘 이곳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휴양지. 거기에 드넓게 펼쳐진 푸른 홍차밭! 그리나 그곳에는, 찻잎을 따는 여인들의 고운 손길 대신 검은 상처로 가득한 어느 여인들의 눈물과 한숨이 깃들어 있었다. 남자가 들기도 무거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하루종일 고된 노동에 짓눌려사는 여인들. 바로 스리랑카의 최하 천민계층으로 분류되는 ‘인도타밀족’ 여인들이다.
전 민족적인 왕따, 인도타밀족의 슬픈 운명
“하루에 20kg 정도 찻잎을 따야 일당을 받을 수 있어요” 농장에서 일한지 올해로 24년째인 조디(43). 온종일 일해 받는 돈은 아이들을 키우는데 턱없이 부족하지만, 신분 때문에 다른 일은 할 수 없기에 홍차밭을 떠날 수 없다는 그녀. ‘불가촉천민’이라는 오래된 단어가 스리랑카에는 현존하고 있었다. 천민층으로 분류되는 타밀족은 지배층 싱할라족으로부터 소외되어 전국적인 ‘왕따’를 당해온지 오래. 200년 전, 인도 남부지역에서 영국인들에게 끌려온 타밀족들은 영국 귀족을 위한 홍차농장에 강제로 투입됐고, 오랜 세월 고된 노동과 천대에 시달리면서도, 그들은 그것을 운명이라 믿으며 고통을 대물림하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가 외면하는 그들에게 선뜻 손내밀어 눈물을 닦아주는 따뜻한 손길이 있었다. 바로 한국인 선교사 이문성, 이수영씨 부부다.
타밀족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들
이문성씨 부부가 처음 스리랑카를 찾은 것은 10년 전. 여행 차 이곳 누아라엘리야 홍차농장을 찾았다가, 일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보고 작은 도움이 되고자 정착하게 됐다고. 아내 이수영씨는 차밭 여인들의 아이들을 위한 보육원을 운영하고, 남편 이문성씨는 타밀족 아이들로 구성된 축구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다. 신분차이 때문에 아이들이 주눅들 것을 우려해 곁에서 같이 뛰는 이문성씨의 땀방울이 눈부셨다. 때마침 열린 축구시합에서 싱할라팀을 꺾은 타밀팀 아이들! 이곳에서 축구는, 타밀족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라고 했다. 민족간 갈등으로 점점 위기로 치닫고 있는 스리랑카. 오랜 싸움으로 지치고, 지독한 신분차별로 위축되고 있는 타밀족들. 실론섬 홍차의 그 아련하고 달콤씁스름한 맛의 비밀은, 어쩌면 이들이 흘려보낸 애절한 눈물인지도 모른다. 실론티를 만드는 사람들, 그들의 가슴아픈 사연을 이번주 금요일 W에서 들어보자.
[Zoom In 셋] 자연이 돌려보낸 메마른 칼날, 윈난성의 가뭄
중국이 위태롭다! 4월을 코앞에 둔 지금, 도처에서 심각한 가뭄과 황사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서남부의 윈난성 지역에는 지난 8개월간 단 한차례의 비도 내리지 않는 사상 최악의 건조 재앙이 닥쳤다. 100년 만에 처음으로 찾아왔다는 지독한 가뭄! 커다란 호수가 말라붙고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처참한 현장을 가 찾아갔다.
말라붙은 호수, 갈가리 찢어진 땅
중국의 서남부 윈난성. 예년 같으면 풍부한 강수량으로 초록빛으로 물들었어야할 논밭은 누런 흙먼지와 말라죽은 잡풀들로 가득했다.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고 알려진 마을을 찾은 제작진. 그곳에 저수지라 부를만한 물은 보이지 않았다. 넘실대는 물 대신 넒은 황무지를 가득 메운 것은 보기에도 섬뜩한 굵고 시커먼 균열들! 깊이가 무려 30cm가 넘는 땅의 모서리들은 손을 베일만큼 날카롭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얼마 전까지 이곳이 호수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은 간간이 보이는 물고기와 조개의 시체들뿐이었다.
값비싼 야채 대신 풀을 뜯는 사람들
“다 말라버렸어. 꽃이 안 펴요” 복숭아 과수원을 운영하는 탕인가오(58)씨. 전에는 일년에 4천위안(한화로 약 70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는데, 올해에는 그나마 있던 수확도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너무 가물어서 이제 마을사람들은 파종조차 하지 않는다고. 쌀값, 야채값이 폭등해버린 탓에 어쩔 수없이 야채 대신 독성이 있는 꽃을 따 먹고, 잡풀을 뜯어 삶아먹는다는 탕씨 부부. 마실 물도 부족한 형편에, 그나마 먼 길을 걸어 힘들게 길어온 물을 말라가는 나무들에게 조금씩 흘려주고 있었다. 올 봄, 아무것도 거두지 못한 탕씨부부는 아직도 까마득하게 남은 일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걸까. 원래는 연평균 강수량 1300mm를 자랑하던 윈난성. 이토록 유례없는 재앙이 갑작스레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인민대학의 정펑텐 교수는 윈난성의 이번 가뭄 피해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라고 말한다. “정부가 대규모 수력발전소와 저수지를 만드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농민들에게 절실한 생활용수 공급에는 무관심했습니다”
위기에 맞서는 작은 노력들, 재난은 극복될 수 있을까
이번 가뭄의 심각성을 인지한 중국 정부와 시민들의 범국가적인 원조가 윈난성 지역에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식수를 나눠주고, 새로운 식수원을 찾고 있는 것. 그러나 이것이 순간적인 해갈 외에 실질적인 가뭄 극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또 앞으로의 예방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환경재난. 그 앞에서 윈난성 농민들처럼 스스로를 보호할 길이 없는 사람들은 재앙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자세,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런 재난들에 맞서야할까? 이번주 금요일 밤 에서, 그 해답을 함께 고민해본다.
취재진 '쇼걸을 정치인으로! 이탈리아의 능력자 베를루스코니' - 연출/ 김종우, 구성/ 홍난숙 '실론티의 눈물, 스리랑카 타밀족' - 연출/ 이승준, 구성/ 김경선 '자연이 돌려보낸 메마른 칼날, 윈난성의 가뭄' - 연출/ 허진호, 구성/ 이화정
홍 보 :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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