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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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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PD수첩] 심층취재 <토요타 방식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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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교외를 달리던 토요타 렉서스 자동차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긴박한 구조 요청을 한 직후 다른 차를 들이받아 타고 있던 일가족 4명이 모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부터 시작된 토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는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860만 여대에 달하는 리콜로 약 2조 2천억 원 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토요타 아키오 사장이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하고, 몇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지만 여전히 전자제어장치 결함 가능성, 토요타의 결함 은폐 의혹 등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토요타는 왜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 것일까.

▶ PD수첩, 토요타 미국법인 前수석 변호사를 만나다. “썩은 냄새가 나면 뚜껑을 덮어라?”

토요타 미국법인의 전 수석 변호사 디미트리오스 빌러 씨. 그는 최근 미국 ABC 방송에 출연해 토요타가 차량 전복사고 자체 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실험을 다시 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토요타는 빌러 씨가 2007년 퇴사해 최근의 리콜 사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반박했다. 빌러 씨와 토요타는 서로 부당해고와 내부기밀유출로 맞고소 상태이다. 피디수첩은 미국 현지에서 빌러 씨를 직접 만나 토요타의 결함 은폐 의혹에 대한 증언을 들어보았다.

일본에서는 2004년 8월 구마모토현에서 토요타 하이럭스 차량의 교통사고가 있었다. 한 남성이 93년식 하이럭스를 운전하던 중 핸들 조작이 불가능해져 맞은 편 차선의 자동차와 충돌해 총 다섯 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토요타는 운전자의 운전 실수라고 변명했지만 일본 경찰은 2년 후 토요타의 고객품질부장 등을 업무상 과실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1996년 사내조사에서 이미 이 사고의 원인이 된 부품인 릴레이 로드의 결함을 알았으면서도 숨겼기 때문이다. 결국 토요타는 사건 발생 2년 후에 33만 대의 하이럭스 차량을 리콜하고 사장이 공식 사과했다. ‘토요타의 어둠’이라는 책을 쓴 저널리스트 하야시 마사아키 씨는 구마모토 사건은 최근 대규모 리콜 사태의 전조였으며 언젠가 토요타의 결점이 드러나 큰 문제가 될 것임을 예상했다고 말한다.

▶ 충격의 아키하바라 살인 사건, 그 뒤에 토요타가 있었다.

2008년 6월 8일.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 범인 가토 도모히로(당시 25세)는 주말 차 없는 거리에 2톤 트럭을 몰고 돌진해 행인을 친 뒤 차에서 내려 등산용 칼을 휘둘렀다. 이로 인해 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우리나라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서도 보도될 만큼 충격적이었던 사건이었지만 당시 어느 언론사에서도 그가 토요타 자동차의 계열사인 간토 자동차의 파견직 기간제 근로자였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작업복이 사라진 것을 보고 해고당한 것으로 오인, 끔찍한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 사건 몇 달 뒤, 불경기의 여파로 간토 자동차의 파견직 사원 80%가 해고를 당했다.

▶ 토요타에 관대한 일본 사회와 언론

2007년 자동차 생산대수 951만 대로 GM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른 토요타 자동차. 2009년 매출실적은 현대 자동차의 3배, 삼성 전자의 2배에 달한다. 수많은 기업들이 토요타를 배우고자 벤치마킹 붐이 일었으며, 토요타의 정신과 생산 방식을 다룬 경영 서적이 앞다투어 출간되기도 했다. 토요타는 제조업 강국 일본의 자랑이다.

토요타의 이러한 위기 상황을 일본인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본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리콜은 어느 회사나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여전히 토요타를 믿는다”는 반응. 오히려 미국이 자국의 자동차 기업을 살리기 위해 ‘토요타 때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토요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온 독립 언론사 ‘주간 금요일’의 히라이 야스시 편집장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광고수입이 중요한 미디어 업계에서 일본 제일의 광고주인 토요타 자동차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로 인해 누구도 토요타에 해가 될 기사를 싣지 않는다는 것이다.

▶ 마른 수건도 다시 짜라? 비인간적 노동 강도에 메말라가는 사람들

토요타는 ‘마른 수건도 다시 짜라’는 모토로 유명하다.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이 정신은 토요타 직원들의 노동 현장에도 적용된다. 주쿄대 사루다 마사키 교수는 ‘토요타식 인간 개조’를 하는 토요타 방식이 진정한 의미의 인간 존중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002년 2월 9일 토요타 자동차 사원 우치노 겐이치(당시 30세) 씨는 토요타 쓰쓰미 공장에서 일하던 중 쓰러져 사망했다. 그는 정규 근무 시간 외에 월 144시간의 잔업까지 감당해야했다. 가족들과 얼굴을 보고 식사를 할 시간조차 내기 힘들었던 그의 사망 이후 부인은 노동기준감독서에 근로재해를 신청했다가 기각당했고, 다시 그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긴 싸움 끝에 나고야 지방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우치노 히로코 씨. 겐이치 씨의 죽음까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토요타 노동조합에서는 왜 히로코 씨를 도와주지 않았던 걸까?

제조업의 신화로 불리던 토요타의 위기. 그 위기의 원인으로 무리한 단가 인하와 품질 저하, 결함 은폐 의혹, 언론 및 정치권과의 유착 관계, 하청과 파견직(비정규직)의 확대 등이 꼽히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이것은 과연 토요타만의 문제일까?

기획 : 김환균
연출 : 김재영
홍보 : 남궁성우
예약일시 2010-03-21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