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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한국민요대전」등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방송 <한국민요대전 - 북한 편> 연구용 음반과 대중용 음반 출간 인터넷을 통한 북한 민요 정보 미리 듣기 서비스 마련 남·북한·중국 연변 민요학자가 참가하는 학술회의 등 다양한 계획
MBC 라디오본부는 최근 북한의 구전민요 녹음 자료를 대거 입수하여 프로그램 제작과 음반 출간을 기획하고 있다. 이번에 입수된 자료는 북한이 1960-70년대에 현지 녹음한 구전민요로서, 분량은 100시간 이상이며 곡 수로는 3000여곡에 달한다. 이 자료가 입수됨으로써 명실공히 한국민요대전의 완성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자료의 가치와 자료 활용계획, 그리고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성사된 북한민요 자료 확보과정은 다음과 같다.
▶ 북한민요 수집의 필요성 - 10여년간 '한국민요대전' 사업을 통해 남한지역의 구전민요 수집·보존·출판작업 시행, 북한 민요와 통합 MBC는 지난 10여년간 '한국민요대전' 사업을 통해 남한지역의 구전민요 수집·보존·출판작업을 시행하여 내외로부터 그 성과를 충분히 인정받아 왔으며, 그 과정에서 회사의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세우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북한의 민요가 제외된 한국민요대전은 '반쪽의 성과'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민요는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민요가 없이는 한반도의 민요에 대해 종합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북한의 민요를 수집하여 남한의 민요와 통합하지 않으면 안되는 당연한 과제가 있었던 것이다.
▶ 현지 취재가 어려운 현실 - 직접 취재가 불가능하고 장소와 대상 선정에 제약
북한의 민요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북한지역을 직접 취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지역 취재는 우리의 생각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민요 취재는 그 성격상 주민들이 사는 곳으로 들어가 주민들을 무작위로 만나 옛날 이야기와 노래를 기억 속에서 끌어내는 작업이므로, 완전한 취재의 자유가 주어져야만 가능하다. 남북교류가 어느 정도 확대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직접 취재가 가능한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으로서는 직접 취재가 허용되더라도 취재 장소와 대상 선정에 있어서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이다.
취재 여건과는 별도로, 민요를 기억하는 가창자층이 급속한 소멸 단계에 있다는 것이 현지 취재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민요를 제대로 불러본 가창자층은 이미 80대의 고령이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계속된 북한의 식량난도 가창자층의 잔존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 북한의 민요 수집 과정 - 출판물과 녹음자료로 북한 전 지역 조사
북한은 1950년대 중반부터 민요 현지 수집에 착수하여 '조선민요곡집' 등의 악보집을 출간한 바 있으며,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에 걸쳐 재차 민요 수집을 실시, '민요연구자료집' 등의 악보집을 출간했다. 이번에 입수된 녹음자료는 이들 출판물의 바탕이 된 녹음자료이다. 민요 수집 작업에는 북한의 음악가와 음악학자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북한의 전 지역에 대한 조사를 한 것으로 되어 있다. 당시에 민요를 불러준 가창자들은 대부분 50세 이상이었다. 이미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므로, 당시의 가창자들은 대부분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흔한 유흥요라면 더러 후세에 전승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안 부른지 오래 된 노동요는 전승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민요 녹음자료가 그 질과 양에 관계없이 귀중하다고 보는 이유는 바로 이런 희소가치 때문이다.
▶ 녹음자료의 입수
북한이 발간한 민요 출판물은 대외 반출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남한에서는 출판물의 내용이 부분적으로밖에 알려지지 않았다. 민요팀은 우선 출판물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5-6년 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하여 출판물 수집에 착수했다. 그렇게 입수된 10여권의 출판물을 검토한 결과, 북한에서 민요의 수집이 이루어질 당시에 녹음기를 동원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곧 녹음자료의 유무와 보존 상태를 확인하는 한편, 그 교류방안을 다방면으로 모색했다. 그 동안 접촉할 수 있는 중국과 한국의 학자와 사업가들을 거의 모두 만나 '남북민요 교류 제안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요 녹음자료의 유무조차 확인해 주지 못했다. 자료의 입수는 문화 분야의 대북사업을 주로 해 온 중국의 한 출판사를 만나면서 급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그 출판사는 자기 자본까지 들여 북한의 기록물들을 출판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민요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민요자료를 관리하는 북한의 기관과 맥이 닿아 있었다. MBC는 출판사를 통해 즉시 북한민요 샘플녹음과 목록을 받아 자료의 양과 내용을 파악하는 한편, 자료 사용권 확보에 필요한 예산 마련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MBC 통일방송연구소의 조언도 도움이 되었다. 민요팀은 10년 넘게 민요를 다룬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샘플녹음 만으로도 전체 내용을 대략 추정해낼 수 있었다.
▶ 녹음자료의 내용
이번 녹음자료를 통해 북한민요의 종류와 분포상황을 살펴 볼 수 있다. 북한의 민요는 남한의 민요와 그 종류와 분포 양상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북한에는 남한에 없는 종류의 민요가 꽤 많다. 망치질소리, 가마굽는 소리, 발엮는 소리, 새끼꼬는 소리, 키질 소리, 삿대질 소리, 돛울리는 소리, 배떠나는 소리, 투망질하는 소리, 새베는 소리 등의 노동요는 남한에서 들을 수 없는 종류의 노래들이며, 쇠스랑질 소리, 나무베는 소리, 용두레 소리, 벼베는 소리, 쇠불리는 소리, 고기벗기는 소리 등은 남한에서는 희귀한 노래이지만 북한에서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던 노래들이다.
잡가류의 유흥요가 많은 것도 북한 민요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함경북도나 평안북도는 산악지대로서 농요가 적은 대신 명절이나 잔칫날 모여 놀면서 부를 만한 유흥요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탕세기, 애원성, 봉죽타령, 기나리, 아르래기, 꿈배타령, 닐리리, 느리개타령, 흘라리, 연줄가, 배좌수 딸, 전갑섬의 노래 등의 유흥요는 남한에서는 여간해서 들어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이번 자료는 1960-70년대에 녹음된 것이기 때문에 음질이 썩 좋지 않다. 애초에 모노(Mono) 방식으로 녹음된데다가, 자기(磁氣)테이프를 장기간 보관하는 데서 오는 음질의 열화와 자료의 복사 편집 과정에서 오는 음질의 열화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음질의 수준은 대체로 오래 된 축음기판의 음질과 비슷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또, 북한의 민요 수집의 목표는 악보를 그리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노래 길이가 대체로 짧고, 집단노동요를 한두 명만을 대상으로 녹음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자료는 민요 수집가들이 꿈에 그리던 자료임에 틀림없다. 그 동안 민요팀이 여러 차례 중국 만주벌판을 헤매고 다니면서 북한출신 동포들로부터 한두 곡의 민요라도 건져 보려고 했음에도 별무소득이었던 사실을 되돌이켜 보면, 눈앞에 이만한 자료가 놓여있다는 사실도 큰 소득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 자료는 북한의 민요가 집대성되어 있는 유일한 자료이다.
▶ 자료 활용 및 교류 계획
MBC는 이번 자료를 정리하는 대로 「한국민요대전」(95.9MHz, 매일 05:55-06:00)과 SPOT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등 특집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방송하기로 했다. 그와 아울러 <한국민요대전 - 북한편> 음반(CD)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확실한 출판규모는 자료 정리가 진척되어야 알 수 있지만, 대략 연구용 음반 20여장과 대중용 음반 4-5장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본사는 남한지역 민요를 집대성한 <한국민요대전> 음반을 학술연구용 103장, 대중용 12장 규모로 발간한 바 있다.) 인터넷을 통한 북한민요 정보 미리 듣기 서비스도 물론 계획하고 있다. (민요자료 사이트: www.urisori.co.kr)
한편, 중국 연변에서 남한·북한·중국 연변의 민요학자가 참가하는 학술회의도 구상 중이다. 민요는 이념이나 체제와 관계없는 순수한 전통문화 유산으로서 남북 학술교류를 추진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야이다. 학술회의가 성사되면 민요 연구를 활성화하는데 일대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 최상일 (崔相一) PD
- 생년월일 : 57. 10. 24 - 학력 : 서울대 사회학과 졸(82) - 입사 1981년 MBC 입사 - 수상경력 : ABU 상 경연대회에서 호소분까 재단 라디오 부문상 수상(89), 「한국민요대전」제22회 한국방송대상 수상(96)
북한민요 녹음 자료를 입수해 정리 작업에 한창인 최상일 PD는 지난 1988년부터 한국민요대전의 기획과 구전민요 취재 및 발간, 프로그램 제작 등으로 잃어버린 우리의 소리와 라디오를 접목시켜 정부나 학계에서도 못한 성과를 거둬들인 라디오 프로듀서이다. 설문조사와 현지 답사, 녹음 가능 지역 선정, 녹음 출장, 자료 정리 등 오디오로 사람과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는 최상일 프로듀서는 남북한 <한국민요 대전>을 완성하는 녹록치 않은 작업의 결실을 보기 위해 길고 복잡한 일을 10년이 넘도록 묵묵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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