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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고 이기적인 여자가 친구의 장난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함께 사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요절복통 코미디
2002년 엽기코미디의 진수, 얼음 마녀의 장례식에 와주세요.
지숙(30세)은 세상의 중심이 자기라고 믿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여자다 주위 사람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오죽하면 별명이 얼음 마녀다.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바보가 되는 지름길이라 생각하고 주위의 시선에 상관없이 정면만 바라보고 살겠다고 다짐하는, 일에서는 성공했지만 대인 관계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인 불쌍한 여자가 바로 얼음 마녀 지숙이다.
난 이곳이 싫다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간섭이 애정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
이에 반해 혜원은 세상 모든 사람의 아픔이 자신의 아픔인 정 많고 눈물 많은 여자다. 자신의 환자가 죽을 때마다 가족보다 더 슬퍼하고 통곡하는 혜원의 별명은 수도꼭지다. 하여튼 낙엽만 떨어져도 눈물을 글썽이는 수도꼭지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리 없는 얼음 마녀가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라는 사실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문제의 발단은 혜원의 장난. 자기 밖에 모르는 얄미운 지숙을 골탕먹이기 위해 잠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 지숙의 삶을 온통 혼란에 빠지게 하는데….
지숙은 몸이 안 좋아 혜원의 병원에 가 진찰을 받고, 혜원은 지숙을 놀려주려고 지숙이 위암 말기이며 남은 삶은 길어봤자 3개월이라고 속인다. 겉으론 담담한 척 하지만 당기는 문을 계속해서 억지로 미는 지숙,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혜원은 억지로 웃음을 참는다. 혜원은 장난이 너무 심했다 싶어 곧바로 사실을 말하기 위해 성급히 쫓아나가지만, 씨름부원들이 있는 힘을 다해 열어제낀 문에 부딪혀 중상을 입는다. 턱뼈가 나가고 팔이 부러져 이제 사실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 혜원은 지숙이 위암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달하려고 별의별 방법을 써보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이제 자신이 3개월 후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믿게 된 지숙은 깊은 슬픔에 잠긴다.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 나무도 슬프고, 아이도 슬프고, 할머니도 슬프고, 죽을둥 살둥 도루하다가 아웃되는 야구선수도 슬프다.
이제 자신의 삶이 길어봤자 3개월이라고 믿게된 지숙의 눈에 세상은 이전과 다르게 보인다. 짜증나던 사람들과 세상이 온통 아름답게만 보이는 것이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삶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지숙에게 갑자기 암울한 상상이 밀려온다. 바로 자신의 장례식! 아무도 슬퍼하지 않고 모두 자신의 죽음을 고소해하거나 온통 자신에 대한 비난만이 난무할 초라한 얼음마녀의 장례식. 이에 반해 모든 사람이 그녀의 죽음을 애통해 할 성대한 혜원의 장례식을 생각하니 이렇게 넋 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
지숙은 이제 친절과 자상함으로 무장, 자신이 그 동안 무시해왔던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그녀는 회사 후배들에게도 아파트 경비에게도 친절을 베푼다. 하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살아야 하는 법인지, 주위 사람의 반응은 오히려 '쟤 미친 거 아니야', 하는 식이다.
이렇게 예쁜데…… 아직 이렇게나 예쁜데 떨어져서 시들어. 하나 하나 다 다시 붙여줬음 좋겠어.
지숙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그 동안 자신이 함부로 대했던 자신의 가족을 떠올린다. 마지막 가는 마당에 가족을 안심시키고 싶다. 마지막으로 효도라는 걸 해보고 싶은 것이다. 가족을 안심시키기 위한 지숙의 묘안은 그토록 자신의 결혼을 염려하는 가족의 원을 풀어주기 위해 회사 동료 동식과 결혼해서 유학을 떠난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지숙은 어렵게 동식을 설득해 함께 귀향길에 오르고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다.
결국 요절복통할 소동을 겪은 후 자신의 병이 위암이 아니라 위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숙은 다시 쌀쌀맞고 지 잘난 맛에 사는 예전의 지숙으로 돌아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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