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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통념과 조건들이 사랑하며 살아갈 권리 앞에 장벽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의지와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에 힘입어 자신의 사랑을 지켜 내는 이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그렸다.
※「여우와 솜사탕」의 유준상, 「상도」의 홍은희, 영화「투캅스 3」의 권민중, 가수출신 탤런트 이상우 등 호화출연진의 연기대결이 흥미롭다.
춘녀와 윤경은 절친한 친구 사이이자 시누이·올케 사이다. 대학생인 춘녀는 친구의 오빠인 시경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고 만다. 결국 집안에는 춘녀와 시어머니 황씨, 윤경, 이렇게 세 여자만이 남게 된다. 춘녀는 시어머니 황씨를 엄마라고 부르는 등 친어머니처럼 따르고 윤경과도 친구이자 친자매처럼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혼기가 꽉 찼는데도 대학원 조교로 활동하며 결혼에는 관심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는 윤경에게 황씨는 치과의사와 선을 보라고 우격다짐으로 강요한다. 그러나 윤경에게는 어머니에게 말하지 못한 애인 정호가 있다. 윤경은 지방 출신인데다 변변한 직업도 없는 고시생인 정호를 황씨에게 차마 소개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윤경은 춘녀에게 대신 선보러 나갈 것을 부탁하고 자신은 갑자기 상경한 정호의 부친에게 인사를 드리러 나간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 말고 마지못해 대신 선을 보러 나간 춘녀는 캐주얼 복장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온 진우를 만난다. 자신을 윤경이라고 밝힌 춘녀는 최대한 재수 없게 행동해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게 하라는 윤경의 말을 실행에 옮길 틈도 없이 진우의 거만한 너스레에 발끈하여 진우의 얼굴에 물을 끼얹은 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따지기 좋아하고 속물스러운 여자들에 진저리를 쳐오던 진우는 윤경으로 알고있는 춘녀의 당차고 활기찬 모습에 반해 바로 결혼하자고 달려든다. 둘이 실랑이를 벌이다 진우는 자전거에 치여 손목을 다치게 되고 진우는 이를 빌미삼아 춘녀를 다시 만날 수 잇는 계기를 마련한다. 한편 윤경을 만난 정호의 아버지는 정호에게 당장 윤경과 결혼을 서두르라고 호통을 친다. 당장 결혼할 형편이 아닌 두 사람은 추상 같은 호령에 대꾸조차 못한다. 춘녀가 대신 진우를 만나러 간 사실을 알지 못하는 윤경의 어머니 황씨는 진우가 상대방을 맘에 들어했다는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한다.
며칠 후 진우는 손목 다친 것을 핑게 삼아 춘녀의 학교를 찾아 데이트를 신청한다. 그가 찾은 곳은 당연히 춘녀가 아닌 윤경의 연구실. 화들짝 놀란 춘녀가 급히 그 곳으로 달려가지만, 진우는 넉살 좋게 윤경의 지도교수와 앉아 담소까지 나누고 있다. 급히 진우를 끌어내오는 춘녀는 막무가내인 진우에게 끌려 함께 영화를 보러가게 되고 죽은 시경과 너무나 닮은 말들을 하는 진우를 보며 처음으로 무언가 모를 아련함을 느낀다.
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진우와 춘녀는 윤경·정호 커플을 우연히 만난다. 춘녀가 윤경인 척 하고 있는 상황을 알리 없는 정호가 반갑게 춘녀를 부르고 네 사람은 술자리로 향하게 된다. 거기서도 시경과 너무도 비슷한 습관이 있는 진우에게 단순한 놀라움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는 춘녀. 그러나 취한 정호의 신세 한탄 섞인 주사에 술자리는 파장이 되고, 진우 앞에서 너무도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정호는 윤경에게 마음에도 없는 결별을 선언하고 만다. 그 곳을 나와 단둘이 비를 피하는 중에 춘녀의 마음은 전 남편의 영혼이 다시 자신에게 온 듯한 낯익음에 조금씩 열려가는데….
그 날 이후 정호에 대한 실망감과 춘녀에 대한 섭섭함이 겹쳐 윤경과 춘녀의 사이 또한 어색해지고 만다. 진우는 춘녀를 따로 만나 청혼하지만 춘녀는 여전히 진우가 자신을 윤경으로 알고 있는 상황이 점점 꼬여가는 것 같아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한다. 한편 시경의 제삿날이 돌아오고 이를 알리 없는 진우는 춘녀에게 연락도 없이 춘녀의 집을 찾는다. 윤경과 진우가 잘 만나고 있는 것으로만 알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황씨는 진우를 더 없이 반갑게 맞이한다. 그러나 바로 그때 춘녀가 집에 들어오고 사태는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때마침 정호까지 찾아와 다들 보는 앞에서 황씨에게 넙죽 절하고 윤경이를 사랑하니 결혼하게 해달라고 소란을 피우고, 그야말로 황씨는 기절 직전의 상태까지 간다.
자신이 그 동안 본의 아니게 춘녀에게 속고 있었음을 깨달은 진우는 허탈함에 춘녀의 사과에도 아랑곳 없이 나가버린다. 춘녀를 딸처럼 생각했음에도 친딸인 윤경의 남편감을 춘녀에게 빼앗긴 것만 같은 느낌에 춘녀를 몰아세우는 황씨. 자신의 감정을 맘껏 표현하지 못하며 살 수 밖에 없었던 춘녀의 회한도 폭발하고 오히려 그 틈바구니에서 윤경은 춘녀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황씨 또한 그런 춘녀의 심정을 모를리 없는 터. 단지 죽은 자식에 대한 미련으로 춘녀를 붙잡아두고 있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윤경의 결혼에 대한 지나친 욕심도 스스로 정리한다.
결국 윤경과 정호는 결혼에 골인하게되고 춘녀는 윤경의 부케를 받는다. 결혼식장에 나온 진우는 춘녀와 가벼운 미소를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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