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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독재의 과정에서 빚어진 도시빈민에 대한 강제 이주와 철거 폭력 사태는 71년 광주대단지 사건이래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와 그늘이 되어왔다.
물량위주의 경제 개발과 급속한 도시화는 부의 불균형과 인권 의식 부재를 심하게 드러냈다. 속칭 달동네라 불리는 무허가촌은 도시 빈민들이 밀리고 밀려 정착한 곳이다. 하지만 이곳마저도 마음놓고 살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달동네 주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실시된 재개발, 주거환경개선 사업 때문에 오히려 이리저리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철거민들의 '저항'은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였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빠듯한 이들에게 재개발로 새로 지은 집에 들어가 살라는 것은 빨리 떠나라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었다. 하소연 할 곳도 없고, 도와주는 이도 없는 상황에서 철거민들은 자신의 집과 이웃을 지켜내야 했다.
하지만 지상에서 유일한 안식처였던 방 한 칸을 지켜내기 위한 철거민들의 몸부림은 때로는 난동으로 때로는 불법적인 행위로 인식되었고, 철거용역과 맞서고 정부의 냉대에 내팽겨쳐져야 했던 그곳은 차라리 지옥이었다.
이번 주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그 동안의 정치적 사건 위주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의 모듬살이에 밀착된 그러면서도 인권과 인간다운 삶의 조건과 직결되는 철거 폭력에 대한 역사적 진단과 고발을 시도한다.
▶광주대단지 난동 사건 - 우리는 폭도가 아니었다 !
1971년 경기도 광주에서는 3만에서 4만의 군중이 폭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들은 차량을 탈취하고 관공서를 습격하며 청와대로 향하고 있었다. 언론은 그들을 일제히 폭도라 보도했다. 그들은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집단 이주정책에 의해 서울 변두리 무허가촌 주민들은 집단으로 광주대단지로 이주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상·하수도 시설은 물론 사람이 살 수 있는 기본적인 공간마저 없는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었다.
트럭에 실려 이곳에 쏟아부어진 이들은 정부의 약속을 믿으며 그곳에 천막을 치고 겨울을 지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그 어느 곳에서도 이들을 위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은 굶어 죽어갔고 어디선가는 엄마가 죽은 자식을 먹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무언가를 말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소리를 듣지 않았고 그들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해야만 했다.
▶상계동 올림픽 , 상암동 월드컵
1987년 한국은 올림픽 유치라는 큰 성과로 술렁이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한국이 올림픽을 개최하고 나면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팽배하고 있었다. 아무도 올림픽 성화가 지나간다는 이유만으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했던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었고 이 사회의 일원이었다. 올림픽 성화가 지나가는 길에 자신의 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쫓겨나고 살림살이는 다 부서졌다.
2002년 대한 민국의 모든 국민은 16강을 기원하고 거리는 월드컵이라는 축제의 분위기로 넘치고 있다. 아무도 상암동 경기장에 살던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한채 말이다.
▶철거 용역 - 그들은 누구인가?
도시 재개발 사업 지역에서 철거와 관련하여 인권유린이 자행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철거의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처한 거주민에 대한 폭력은 이제 생명권조차도 유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철거현장에서의 인권유린은 이미 사회적, 법적 통제를 훨씬 벗어나 있다. 철거 폭력을 자행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악명 높았던 한 철거용역 업체의 대표에게서 어렵게 들을 수 있었던 당시 상황들. 경찰의 수수방관과 묵인하에 자행됐던 철거용역들의 실상을 공개한다. "당시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 빈민을 재생산하고 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있어 주거의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돈을 벌더라도 주거문제에 돈이 많이 들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들은 영원히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도시 환경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도시 빈민들을 내몰고 있다. 그들이 가야 할 곳은 더 열악한 환경일 수밖에 없다.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재개발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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