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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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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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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년만의 상봉 58년의 기다림, 48시간의 만남

83세의 박경섭씨는 58년 전 3살난 아들과 부모를 이북에 두고 남으로 내려왔다. 과연 그 어린 아들이 살아 있을 것인지, 죽었을 것인지도 알 수 없었던 반세기. 박 노인은 50여 년 동안 하루도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다 중국에 사는 친척으로부터 어렵게 접한 아들의 소식을 접한 때부터 박경섭씨는 몸을 추스리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약속된 2박 3일의 마지막 밤, 부자는 그 동안 쌓였던 그리움과 한으로 목놓아 울었다. 아버지가 58년 동안 아들을 그리워했던 만큼 아들은 아버지가 없었던 세월이 한스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버지는 차마 북으로 가는 아들을 보지 못하고 아들이 국경을 무사히 넘기만을 기도해야 했다.

* 신종사기-이산가족으로 위장해라!

아들이 언 두만강을 건너와 부자상봉은 어렵게 이뤄졌다. 아장아장 걷던 아들은 새치가 드문드문 난 환갑의 노인이 되어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어머니와 생김새가 닮은 아들을 얼싸안지 못했다. 왜냐면 최근 중국에서는 사기꾼들이 이산가족으로 위장하는 사건이 빈번해 서로를 한 번 의심해 봐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는 북에서 온 가짜 사촌으로부터 사기를 당한 사람이 있었다. 피해자는 진짜 가족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가족사를 정확하게 대며 눈물연기를 하는 사촌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산가족의 그리움을 이용한 사기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황혼의 이산가족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산세대들은 정부 추진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던 이산가족들은 전체 이산가족 중 일부였고, 이 사업의 앞날도 불투명하기만 하다.
우리 나라의 이산세대들은 이제 황혼을 맞이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이 죽기 전 혈육간의 만남을 가질 수 없는 현실에서 새로운 방안을 찾고 있지만, 이들의 만남도 순탄치만은 않다. 그들의 목숨을 건 혈육 상봉 노력을 살펴본다.

취재 : 이근행 PD

▶ '잘 돼 갑니다'의 잘못된 운명

* '시대'에 갇힌 영화, '영화'에 갇힌 가족

1968년 개봉을 하루 앞두고 간판이 내려진 영화 '잘 돼 갑니다'. 관객과 만나지도 못한 이 영화의 제작자 故김상윤씨의 미망인 홍씨는 아직도 그날의 충격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였지만 영화는 상영도 못한 채 빚만 지게 된 남편은 75년 투병을 하다 그 한을 풀지 못하고 사망하고 79년 막내 아들은 이러한 가족의 억울함을 호소하러 청와대에 다녀온 후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잘 돼 갑니다' 라는 제목과는 다른 운명을 걸어야 했던 이 영화는 20년이 지난 후 89년 상영은 했지만 가족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남편의 유작을 포기할 수 없는 홍씨 가족은 또다시 시사회를 준비하는데...

* 닫혀있는 시대에 상처받은 사람들

영화 '잘 돼 갑니다'는 1960년대 인기 있는 라디오 극이었던 '잘 돼 갑니다'를 당시 흥행감독이었던 조긍하 감독이 영화화한 것으로 우리 나라 정치드라마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전속 이발사가 대통령의 물음에 무조건 '잘 돼 갑니다'라고 대답했던 경무대의 인해 장막을 상징하는 내용으로 김지미 박노식 장민호 등 초호화 캐스팅과 다른 영화 3배의 제작비 투자는 그 당시 화제이었다고 하는데... 그러나 개봉 하루 전날 내려진 상영 금지조치. 조긍하 감독은 영화를 포기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죽기 직전까지 상심하였으며, 한운사 작가는 지금이라도 다시 그 영화를 진실을 평가받고 싶다고 얘기한다.

표현의 자유도 검열 당했던 60년대. 지금은 이해할 수도 없는 잣대로 우리의 영화는 검열 당했고, 그래서 그들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영화의 흥행 실패는 마땅하게 제작자를 비롯한 영화 관계자의 책임이지만, 그 영화가 관객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차단한 것은 암울했던 우리 시대의 책임이다. 시대의 희생양인 '잘 돼 갑니다' 영화 관계자들의 계속되는 비극적인 사연을 들어본다.

취재 : 최병륜 PD
예약일시 2007-03-07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