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지난 늦은 밤, 잠자리에 들 준비를 다 마치고도 미처 TV를 끄지 않았던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11월 5일(월) 가을 개편부터 매주 월-목(주 4회) 밤 24:20에서 24:30까지 10분간 방송되는 MBC의 휴먼 다큐멘터리 「포토에세이 사람」이 그것.
이 다큐멘터리는 네 명의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흑백사진으로 프로그램의 반 이상을 채운 과감한 포맷을 채택, 현란한 색조의 동영상에 지친 시청자에게 하루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와 편안함을 제공한다.
배철수의 나레이션과 함께 느린 템포로 교체되는 흑백사진은 시청자로 하여금 마치 추억 속의 낡은 앨범을 꺼내 한 장씩 넘기듯 지난날을 회상하는 시간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것이 「포토에세이 사람」의 남다른 재미다.
▶ 출연자는 우리 주변에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소박한 이웃들
출연자들 역시 그리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출연자만 봐도 강원도 산골의 굴피집지기, 산동네의 연탄장수 부부, 두부 행상, 고층 빌딩닦이 등. 그야말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소박한 이웃이 「포토에세이 사람」의 주인공인 셈.
▶ 배철수의 투박, 담백한 나레이션이 감칠맛 더 해
느린 흑백사진 속에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이 프로그램의 나레이터는 인기 DJ 배철수씨. 누구나 인정하듯 배철수씨는 그다지 친절하다고 볼 수 없는 무뚝뚝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억지로 감정을 넣어 꾸미지 않은 그 목소리가 오히려 이 프로그램에 담백한 감칠맛을 더해주고 있다.
▶포토에세이를 만드는 사람들과 그들이 겪은 에피소드
「포토에세이 사람」의 제작팀에는 색다른 스태프들이 있다. 바로 네 명의 전문 사진작가와 세 명의 취재작가가 그들.
첫 회에 방송된 굴피집지기 편을 맡았던 사진작가 이성범씨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속의 굴피집을 찾아 한밤중에 천길 벼랑을 기어올랐고, 고층 빌딩닦이 편을 맡았던 사진작가 조기성씨는 생생한 작업현장을 담기 위해 17층 빌딩 꼭대기에 안전장비도 없이 매달리는 위험을 감수해야했다.
발품을 많이 팔기로는 취재작가들도 마찬가지. 산동네 연탄장수 신인석씨 부부를 취재했던 오세연 작가는 미리 약속했던 연탄장수가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고 전화마저 피하자, 그날 늦게까지 산동네를 뒤져 더 절절한 사연의 연탄장수 부부를 찾아냈다. 또 두부행상 할아버지의 취재를 맡았던 윤진 작가는 할아버지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하루종일 두부를 함께 파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가끔은 촬영현장에서 뜻밖의 수모를 겪는 경우도 있다. 출연자들이 그리 넉넉지 않은 형편의 서민들이다보니 주변 주민들이 행여 자신의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길까 거센 항의를 해오는 일이 잦은 것 그래서 황학동 고물장수 편을 맡았던 김원중 프로듀서는 카메라의 전원을 끄고 한 시간 넘게 주변 상인들을 설득한 후에야 촬영을 계속할 수 있었다.
▶「포토에세이 사람」은?
「포토에세이 사람」은 화려한 볼거리도 유별난 주인공도 없는 프로그램이지만,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깊은 산을 힘들여 오른 후 맛보게되는 한 모금의 샘물같은 휴먼 다큐멘터리다. 「포토에세이 사람」은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매주 네 편씩, 자정을 지난 12시 20분에 10분 동안 방송된다.
프로듀서 : 주창만(편성국 외주제작부, 789-3600)
제작 : (주)애플트리 (785-2157∼9)
연출 : 오주환(011-281-2723) 외
홍보 : 임재홍(789-2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