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는 땅과 바다, 사계절 들판에 작물 마를 날이 없어 언제나 넉넉한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바지런히 살아가는 곳. 남쪽 햇살이 포근하게 비추는 축복의 땅, 전라남도 해남에 가다!
“사람을 찾았으니까 해남이 생명의 은인이죠.” - 배추밭에서 만난 3대 귀농가족!
우리나라 겨울배추의 80%가 생산되는 해남. 남녘의 따뜻한 햇살과 맑은 해풍, 황토가 키워내는 푸른 배추밭에서 특별한 귀농가족과 만났다.
인천 토박이 김장근(63)씨는 8년 전, 위암 선고를 받고 아내 김옥희(61)씨의 고향인 해남으로 왔다. 체념하는 마음으로 내려온 해남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건강을 회복한 김장근씨. 아내는 돈은 다 잃었지만 덕분에 사람을 찾았으니 최고 부자 부럽지 않다고 웃는다. 그리고 올해 초, 딸과 사위 역시 귀농을 선택했다.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어 땅 끝까지 와 농부가 된 김영남(33), 김효정(35) 부부. 도시에서는 한약을 달고 살던 지섭이(7)와 지유(5)는 어느새 배추밭을 누비는 시골 아이가 됐다. 절임배추작업으로 허리 펼 새 없이 일하면서도 이들 가족이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건, 그들을 감싸 준 땅 끝의 넉넉함 덕분이다.
“아따, 자식들 입에 넣는 것이 재미지제~~” -신홍 마을 꿀 까던 날
삼면이 바다로 열린 해남, 물이 밀려난 자리에 바다가 일군 밭이 열린다. 겨울이면 갯바위에 자연산 석화가 지천으로 피는 북평면 신홍마을. ‘꿀’이라 불리는 석화는 마을의 자랑거리다. “자연산 꿀은 물이 들었다 났다 하면서 햇볕을 많이 쬐니까 맛이며 향이 진해. 해남배추에 굴을 넣고 싹 버무리면 기가 맥혀부러~” 부녀회장 이영숙(54)씨의 구수한 굴 자랑이다. 그렇다고 내다 팔 욕심으로 꿀을 까는 건 아니라는 신홍마을 아낙들. 자식들 줄 욕심, 자식 입에 넣는 그 옹골진 재미가 그녀들을 한겨울 칼바람에도 갯벌로 나서게 한다.
옛날 그대로, 햇볕과 바람이 만드는 김
황산면 호동리, 논길을 걷던 이병진을 놀라게 한 낯선 풍경! 짚으로 만든 건조대에 천 장이 넘는 김발이 한 장 한 장 내걸리고 있었는데.. 공장에서 대량으로 말리는 김으로는 도저히 옛 맛을 낼 수가 없어, 수고롭고 느린 길을 선택했다는 이향용(50)씨 부부. 작년부터 틀에 물김을 떠서 햇볕과 바람만으로 말리는 전통 방법을 고집하고 있다. 손이 많이 가고, 생산량도 적어 오래 전에 사라졌다는 이 방법은, 날이 궂으면 김이 제대로 마르지 않아 기껏 작업한 김을 고스란히 망치는 일도 다반사다. 게다가 균일한 힘 조절과 기술이 필요한 물김 뜨기는 이향용씨 혼자 하다 보니, 작업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데. 이병진 역시 야심차게 물김 뜨기에 도전해 보지만 실패 연속일 뿐...! 오랜 시간과 공을 들인 만큼 최고의 김 맛을 내는 자부심과 함께, 앞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김 체험장을 열고 싶다는 이향용씨 부부를 만난다.
“나 감기 걸렸응게 데리러 올래?” -미스터미용실의 새벽 풍경
새벽 6시, 불이 훤한 미용실에는 벌써 파마손님이 있고, 미용사의 손길은 분주하다. ‘미스터미용실’이라는 간판처럼 주인장은 남자 미용사 양범렬(47)씨. 인천에서 20년 간 미용실을 하다 2년 전 고향 해남에 가게를 열었고, 직원이던 아내와 결혼, 늦둥이를 얻었다. 전화 한 통이면 감기 걸린 할머니를 모시러 차가 가고, 모든 손님을 ‘어메’라고 부르는 미용실에서 훈훈한 시골 인심을 엿본다. 여든 둘의 단골손님으로부터 받은 특별한 편지도 함께 공개된다.
남창 오일장에서 만난 사람들
매달 2,7일에 열리는 남창 오일장. 해남과 완도의 경계에 위치, 어물전과 갯것전이 유명한 남창장에는 명물이 또 있다. 하모니카 연주로 장꾼들의 흥을 돋우는 채소장수 김덕호(58)씨와, 손맛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김치 버무리는 남자’ 박휴재(59)씨. 김덕호씨의 하모니카 소리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할머니들을 만나고, 아저씨 김치가 아니면 밥을 못 먹는다는 단골들이 생길 정도로 특별하다는 박휴재씨 김치 맛의 비법을 듣는다.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섬, 토도
장터에서 만난 금슬 좋은 노부부를 따라 이병진이 찾은 마지막 여정, 완도에서 해남으로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섬, 토끼모양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토도다. 이병진이 객지에 있는 아들 같다며 직접 기른 토종닭을 잡는 노부부의 모습에서 푸근한 고향의 정을 느낀다.
땅 끝의 넉넉함이 따뜻한 표정을 선물하는 곳,
돌아오는 이도, 머무르는 이도, 포근하게 감싸 안는 고향, 전남 해남으로 떠납니다.
문 의 : 홍보국 최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