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그날] 모리오카 막걸리 출시 그날(가제)
방송시간 : 7월 16일(토) 오전 08시 45분
조국의 맛을 일본에 전파하기 위해 한국의 막걸리를 직접 제조하겠다고 선언한 재일교포 2세 변용웅(63세). 그는 일본 모리오카에서 연매출 200억 원을 기록하는 성공한 냉면가게 ‘뿅뿅사’의 사장님이다.
살아있는 생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변용웅은 뿅뿅사의 직원이었던 나가오카(귀화한 재일교포 3세)와 다카하시(일본인)를 막걸리 제조 책임자로 임명한다. 완성된 막걸리는 일본 전역으로 팔릴 예정. 모리오카의 특산품이 된 냉면처럼 막걸리도 새로운 명물이 될 수 있을지. 모리오카 막걸리 출시 그날을 취재했다.
■ 모리오카 냉면 왕, 한국 막걸리를 찾아 떠나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으로 강제 징용되거나 일자리를 찾아 건너간 조선인들의 부락이 있던 모리오카. 고향을 그리워한 한 조선인에 의해 만들어진 냉면이 바로 ‘모리오카 냉면’의 시초다. 고무줄처럼 질긴 면발에 깍두기로 매운맛을 낸 이 독특한 냉면이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는 조국의 맛을 알리고자 했던 변용웅 사장의 굳은 의지가 있었다.
20년을 냉면에만 몰두하던 변용웅, 그가 한눈을 팔기 시작했다! 바로 한국의 막걸리를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 부친 것. 나가오카(귀화한 재일교포, 30세)와 다카하시(일본인, 23세)에게는 한국의 막걸리를 제조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한국 막걸리를 수입하는 데 유통기한이 문제였어요. 가열한 막걸리를 써야했죠. 저는 생막걸리를 손님들에게 내놓고 싶었어요. 한국 사람들이 즐기는 본고장의 맛을 일본 사람들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 변용웅
정작 한국의 막걸리 맛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변용웅과 두 청년. 그들은 막걸리의 본고장 한국으로 떠난다. 나가오카는 중학교 때 일본으로 귀화 한 한국인. 할아버지는 안동에서 막걸리 빚는 일을 했었다. 80년 가까이 막걸리를 빚은 안동의 한 양조장에 도착한 나가오카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술의 바탕이 되는 주모를 살피고 장인과 막걸리에 넣을 밥도 함께 짓는데... 손의 감촉으로 밥의 온도를 체크하는 장인을 보자 세 사람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 ‘슈와슈와 푸치푸치’ 막걸리는 너무 어려워
재일교포와 일본인이 빚는 막걸리. 그들의 융합은 어떤 맛을 낼 지. 단맛, 신맛, 쓴맛 막걸 리가 내는 다양한 맛의 균형을 잡는 게 너무 어렵기만 한데... 한국에서 구원 투수 윤대승 선생님이 왔다. 과거 양조장을 했던 윤선생님은 막걸리 기계를 설비해 준 인연으로 막걸리 제조에도 큰 힘이 돼 주고 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막걸리를 평가받는 자리에 제조법대로 정확하게 계량해서 만든 막걸리를 내놓았다. 결과는 대실패! 술이 덜 된 상태에서 막걸리를 병에 주입한 것! 정확한 측량도 중요하지만 빚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윤선생님. 막걸리는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는데...
“한 시간에 한 번씩 막걸리의 발효 정도를 확인하고 있어요, 하루에 9~10번을 측정합니다. 힘들지만 맛 좋은 술을 빚기 위해 몇 번이고 하고 있습니다” - 나가오카
변용웅의 양조장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노래하는 공무원 타구치상. 그는 ‘모리오카 냉면 노래’에 이어 이번엔 ‘막걸리 노래’를 제작하기로 했다. 막걸리를 출시하는 그날, 타구치의 막걸리 노래도 선보일 예정이다. 발효되는 막걸리 탱크 앞에서 귀를 쫑긋 세운 타구치. “슈와슈와 푸치푸치” 마치 미생물들의 대화를 엿들은 것처럼 타구치는 막걸리 익어가는 소리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날, 타구치는 ‘효모의 마음’으로 막걸리 노래를 부르겠다고 각오를 단단히 한다.
“(익어가는 막걸리를 보며) 슈와슈와슈와~ 대단해요. 막걸리가 살아있어요” - 타구치
■ 막걸리 ‘生’ 살아있는 것은 멋지다
지난 3월 11일 규모 7.3의 일본을 뒤흔들었던 대지진. 일본 전체를 압도하는 슬픔 앞에서 변용웅은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매일 100개의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큰 지진을 치룬 후 변용웅은 살아있는 것이 진정으로 다행스럽고 멋진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살아있는 막걸리를 고집했던 변용웅. 모리오카 막걸리 병에 의미심장한 글귀를 새겨 넣는다.
“살아있는 것은 멋지다”
그 날을 앞두고, 일기예보를 살피는 변용웅의 표정이 어둡다. 강수확률 80%. 설상가상 모리오카 지역엔 호우주의보까지 내렸다. 아버지가 고물상을 했던 자리에 세운 뿅뿅사 본점. 그 곳 마당에서 모리오카 막걸리를 선보이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면 장소를 실내로 변경해야 한다. 이미 초대장도 모두 전달한 상태,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직원회의가 소집되었다. 다수결로 직원들은 실내로 장소를 변경하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변용웅은 장소가 마뜩치 않다.
“할머니가 큰 가마에 막걸리를 만드시는 걸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랐어요. 면허가 없었기 때문에 가끔씩 경찰이 순찰을 돌면 헛간 속에다 감추고 몰래몰래 마셨었죠” - 한계자
그날이 밝았다. 재일동포와 지역 방송 매체들도 한 자리에 모였다. 모리오카 막걸리 발표회장에 ‘고향의 봄’이 울려 퍼지자 모두의 가슴이 뭉클해지는데... 일본 전역으로 나갈 모리오카 막걸리. 드디어 모리오카 막걸리 대 공개! 또 하나의 명물이 탄생할 수 있을지. 조국의 맛을 알리고자 했던 변용웅의 꿈이 이뤄지는 날! 살아있는 것이 멋진 이들의 그날이 시작된다.
기 획 : 허태정
연 출 : 김새별
구 성 : 고희갑
문 의 : 홍보국 최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