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포 해수욕장 개장 그날 (가제)
2007년 12월 7일 태안 만리포 앞바다,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바다는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고 태안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 날 이후, 4년. 바다는 예전의 깨끗했던 모습을 점점 되찾아 가고 있고, 침체 되었던 태안을 다시 살리기 위한 움직임도 일어났다. 깨끗해진 태안을 알리기 위해 젊은이들이 정동진에서 서쪽의 끝 만리포까지 국토대장정을 하고 있고, 그들이 도착할 만리포 해수욕장은 지금 개장 준비로 한창이다. 만리포 해수욕장의 개장 그날, 태안 주민들은 힘든 과거를 딛고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을까?
다시 희망을 쓰는 만리포 주민들
“기름 유출 사고 때 내가 얼마나 울었다고. 우리가… 지금도 눈물 날라고 그런다.”
- 김복자 할머니(71), 만리포 해수욕장 앞 슈퍼 운영
청정 해역을 삶의 터전 삼아 살아 왔던 태안 주민들에게 그 날의 기억은 아직까지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그렇지만 수많은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다시 깨끗해진 바다를 되찾은 그들은 새롭게 희망을 써보려 하고 있다. 예전만큼 수확량은 많지 않지만 다시 갯벌에 나가 바지락을 캐고, 묵혀두었던 배를 꺼내 조업을 나간다. 그리고 관광객으로 붐비던 만리포를 꿈꾸며 서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수욕장 개장에 나선다. 특별히 올해는 정서진 선포식까지 함께해 그 어느 때보다 성대한 개장식을 계획하였다.
올해로 6년 째 이장직을 맡고 있는 이희열 이장과 여장부같은 국희열 부녀회장을 필두로 만리포 주민들이 뭉쳤다! 이번 해를 원념 삼아 해수욕장을 다시 일으켜 보겠다는 의지로 마을 사람들 모두 두 손 두 발 걷어 붙였다. 해수욕장 이 곳 저 곳을 청소하고 점검하며 개장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그들의 얼굴엔 기대감이 넘실거린다. 그리고 개장식 오찬에 오는 손님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1000여명의 식사 준비에도 여념이 없다.
“몸살 나도 어떡혀… 동네 행산데. 우리 만리포.”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향하고 있는 그 곳, 태안 만리포 앞바다입니다.
6월 4일, 강원도 정동진에서 배낭을 멘 젊은이들이 긴 여정의 첫 걸음을 떼었다. 태안 사랑을 위해 뭉친 이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 총 21일 간의 450km를 걸으며 그들이 하나 되어 외치는 목소리.
“이번에 만리포 해수욕장 정서진을 알리려고 정동진에서 정서진까지 도보 행군을 정동진에서 정서진까지 하고 있어요. 걸으면서 만리포 해수욕장이 다시 깨끗해졌다는 것도 알리고 있어요.”
- 박종혁(30), 태안사랑 국토순례단
하루 20km씩 걷다 보니 밥맛은 꿀맛이고, 그늘은 천국과 다름없다. 게다가 걸으며 인사하는 어르신들에게 받는 응원은 그들의 에너지! 기특하다며 밥값도 깎아주시고, 싼 값에 흔쾌히 숙소도 내어주신다. 그렇지만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진 한 여름 뙤약볕 아래서의 강행군이란 젊은 청춘이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물집 잡힌 발부터 햇볕에 그을려 다 일어난 피부까지. 게다가 얼마 전 다리를 접질린 한 대원은 통증을 호소해 급하게 보건소에 들렸다.
“많이 걷고 그러면 이렇게 뼈와 근육을 연결하는 건이 무리가 가요. 스프레이 쓰고, 약 먹고, 조금 쉬어줘야 하는데… 계속 걸어야 하죠?”
- 최영현, 태안 보건 의료원 전문의
하지만 이대로 멈추기에는 목적지가 멀지 않았다. 그들의 눈앞에 드디어 만리포 이정표가 보이고, 남은 힘을 다 해 걷기 시작하는 그들.
“이제 3Km 남았는데 20일 동안 걸어서 드디어 그날이 왔어요. 정말 미치도록 행복해요. 전 진짜 만리포 도착하면 다 벗고 뛰어서 들어갈 겁니다.
- 김봉관(25), 태안사랑 국토순례단
쏟아지는 빗방울 속에서 개장식을 준비하는 사람들
해수욕장 개장을 며칠 앞두고 날씨가 심상치 않다! 예년 보다 이른 장마 전선의 북상과 함께 들려오는 태풍 소식. 푸른 바다 위 하늘엔 먹구름이 덮쳐 왔다.
“날이 안 좋을 거 같아요. 내일 개장식엔 날이 좋아야 할 텐데. 아주 걱정이에요. 만리포는 날만 좋으면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날이 문제죠. 비가 안 와야지.”
- 선장
그러나 모두의 바람과는 다르게 개장식 아침부터 쏟아지는 빗줄기. 해수욕장 개장 날에 비바람이라니… 1년 가까이 준비하고 기다려온 그 날이 혹 허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하지만 기름띠도 이겨낸 이들에게 내리는 비 정도는 작은 걸림돌일 뿐이다. 그 동안 만반의 준비를 했기에 빗속을 뚫고 이리 저리 손님맞이에 바쁘다.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찾아 주시는 고마운 손님들도 있고, 먼 길을 걸어 온 순례단도 무사히 도착했다. 궂은 날씨가 개듯 그들의 표정도 조금씩 밝아져 간다.
내리는 빗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한 그들.
그들에게 예전처럼 태안 바다가 활기를 되찾는 <그날>은 언제쯤일까?
“이미 왔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는 날 들이 그날이라고 생각해요.”
- 배유미(25), 태안사랑 국토 순례단
제 작 진: 연출/ 서정창 글,구성/ 김세진
홍 보: 최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