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에드워드 권, 세계 미식가들 사로잡은 그날(가제)
스무 살 경양식집 주방보조에서 스물 다섯살 무보수 호텔 실습생이었던 권영민. 서른 일곱에 이른바 세계 유일의 '7성급 호텔'이라 불리는 두바이‘버즈 알 아랍’의 수석주방장 에드워드 권이 되었다. 37여 인종의 직원 400여명을 통솔했던 그는 이제 대중들에게 스타 셰프로 통한다.
에드워드 권은 올해 들어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직업전문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각종 TV와 CF출연, 게다가 5,6월 연달아 여는 레스토랑 준비까지. 그런데 이 와중에 새로운 일 또 하나를 벌였다. 올 해로 15회째를 맞는 싱가포르 세계 미식가 축제(World Gourmet Summit)에 초청되어 나흘간 총 14개 메뉴 700인분을 만드는 행사에 참가하기로 한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은 덜 알려진 한국 음식. 세계적인 미슐랭 스타 셰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리에 에드워드 권이 전공인 양식이 아닌 한식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나흘간의 행사 중에서 단 4명의 셰프만이 초청된‘셀러브리티 디너’는 에드워드 권에게 한국 음식을 알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날이다.
낯선 주방. 많은 메뉴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 양수현, 나상오, 목진화 후배 요리사들은 각종 변수에 당황하고 실수연발에 주눅이 드는데... 한국을 대표해서 싱가포르에 간 그날. 에드워드 권은 한국의 맛으로 세계 미식가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섬세한 에드워드 권의 섬뜩한 주방>
아름답고 섬세한 요리를 하는 에드워드 권이라고 해서 주방 풍경까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싱가포르로 떠나기 전 메뉴를 총 점검하는 날. 에드워드 권이 나타나자 평화롭던 주방에 공포가 엄습했다. 버섯을 볶던 프라이팬 앞에서 멈춰 선 에드워드 권. 나상오 요리사가 긴장했다.“이게 뭐야! 때깔이!!”주방에서는 악마로 변한다는 에드워드 권은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식은땀이 날 만큼 무섭게 혼내고, 그러면서도 다시 불러 제대로 가르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주방은 매번 이렇게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양식이 전공이라고해서 서양음식을 보여주기 보다는 한국음식을 보여주는 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사람이잖아요. 아시아에서 가장 큰 행사니까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그래서 메뉴를 구성했는데 하아... 스케줄이 만만치 않아요. 거의 죽다가 와야 될 것 같아요” - 에드워드 권 INT
오늘도 밥 대신 욕을 먹어 배가 부른 후배 요리사들. 하지만 중요한 행사를 앞둔 만큼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다.‘차가운 삼계탕’에 올릴 소스를 체크하다 소스를 만든 목진화 요리사를 불러 세우고, 양파를 채 썬 요리사에게 조리과 다시가고 싶냐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끝나지 않는 에드워드 권의 잔소리. 아무리 후배라지만 모두 6년 차 이상의 실력있는 요리사들이다.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한 데 군기 제대로 잡혀있는 주방에서 반항이란 없다. 무조건“예스! 셰프!”
<셰프로 산다는 것>
2001년 에드워드 권은 함께 일하던 6명의 외국 셰프들의 추천으로 미국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10년이 족히 걸릴 세컨 셰프에서 수 셰프로의 진급을 단 2년만에 해냈다. 명문대를 나오고 유학파 출신이어서가 아니다. 에드워드 권은 강원도 소재의 전문대학에서 호텔조리학을 배웠다. 하루 20시간 남들 보다 2배 일하고 월급의 70%를 식재료 구입에 썼던 숨은 노력이 일군 결과였다. 미국에는 수 백가지의 치즈와 채소들이 즐비했고 처음에 왔을 때 에드워드 권은 식재료 이름 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충격적이었고 비참했다. 실수라도 할라치면 같이 일하는 셰프들이 코 앞까지 다가와 면박을 주었다. 강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요리사들의 세계. 그래서 에드워드 권은 후배 요리사들에게 더 강해지고 집중할 수 있도록 몰아 부친다.
“긴장감을 너무 풀어주면 항상 주방에서 안전사고 나요. 끓는 물 엎질러서 데이고 칼에 베이고 그렇기 때문에 제 스스로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엄하게 몰아세울 수밖에 없어요”
- 에드워드 권 INT
칼과 불로 조리하는 매우 남성적인 공간 주방. 주방에서의 요리사는 장병들처럼 때론 맹렬하게 때론 엄숙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그 공간에서 10여년을 요리사로 일한 에드워드 권. 그는 요리사는 배고픈 직업이라고 말한다. 그를 찾아 온 손님들을 위해 언제나 최고급의 요리를 했지만 정작 본인의 끼니는 뒷전이었다고. 에드워드 권은 밤 12시가 넘어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싱가포르, 악몽의 연속>
루이사 발라짜 (Luisa Valazza), 브루노 메나드 (Bruno Ménard) 등 미슐랭 3스타 셰프들이 참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세계 미식가 축제(World Gourmet Summit). 드디어 그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싱가포르에 도착한 에드워드 권과 4명의 요리사들은 도착하자마자 해 한 번 바라볼 여유도 없이 주방에 박힌 채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숙주나물 대신 콩나물이 오고, 갈비찜에 넣으려고 주문한 12kg의 마늘도 은행도 보이지 않는다. 현지 스텝에게 주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걸까. 낯선 주방에서 후배 요리사들은 당황하기 시작하는데... 마음이 급해진 에드워드 권은 인근 시장으로 직접 공수를 나섰다. 연이어 터지는 문제들. 철저하게 확인할 것을 강조했던 에드워드 권은 화를 억누르기 힘들다.
“너 한 번만 더 이러면 짐 싸서 그냥 가. 알았어? 내가 자리에 없으면 적어도 한 놈은 체크를 해야 될 거 아니야!” - 에드워드 권
대회 첫 날, 셀러브리티 디너 다음 날인 체리티 디너에서 선보일 메뉴를 사전 점검하는 자리다. 에드워드 권을 포함한 6명의 유명 셰프들이 코스를 하나씩 맡았다. 다른 셰프들은 챙겨 온 재료를 풀고 요리를 시작하는데 에드워드 권은 재료 상자를 확인하더니 어이가 없는 듯 웃음부터 나왔다. 재료 준비를 담당했던 후배 요리사가 뜨거운 닭찜의 주재료인 치킨을빼먹은 것이다.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급하게 전화를 해도 대답이 없고 에드워드 권 오늘 또 한번 악마로 변했다.
“여기 와서 할 수 있는 실수 중에 제일 큰 실수예요. 말 그대로 저는 셰프님 얼굴과 제 얼굴에 먹칠을 했어요. 그래서 할 말이 없는 거예요” - 목진화 후배 요리사 INT
에드워드 권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200명의 미식가들이 모였다. 에드워드 권이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이유는 단 하나, 한국 음식을 알리고 다시 찾게 하기 위해서다. 현지 TV 모닝쇼에서 김치를 곁들인 푸아그라를 만들며 된장과 소주를 소개하고, 마스터 클래스를 찾은 사람들에게 한국 간장이 최고라며 한국 것만 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삼계탕, 잡채롤과 간장캐비어, 귤을 곁들인 관자구이, 얇은 파스타면을 넣은 콩국수, 사과채와 으깬 감자를 곁들인 갈비찜 등 이 한국의 맛을 제대로 보여줄 비장의 무기들이다. 에드워드 권은 이번 행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찾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한국 대표 에드워드 권의 그날.‘셀러브리티 디너’가 시작된다.
- 제작진 : 기획/ 허태정, 연출/ 김새별, 글․구성/ 장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