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그날] 65세 김순모, 사하라사막 마라톤에 도전하는 그날
죽음의 레이스라 불리는 세계 4대 코스 중 하나인 사하라사막 마라톤 대회.
65세의 나이에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시작으로 4대 극지코스를 완주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이가 있다. 하루 최고 기온 52도까지 넘나드는 한낮의 더위와 체감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밤의 기온차를 이겨가며 12kg가량의 배낭을 메고 달려야 하는 험난한 길. 남산만한 모래언덕과 모래폭풍을 이겨내고 오로지 자신과 벌이는 사투 속에서 뜨거운 생의 기쁨을 느끼고 싶다는 김순모 할아버지의 <그날>을 기록한다.
아시아 최고령 참가자 김순모 할아버지, 내 모든 생활은 오로지 사하라를 중심으로!
1년 전 동경 마라톤 대회에서 같은 방을 쓴 룸메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하라사막 마라톤 대회. 김순모씨는 그때부터 참가비 마련을 위해 적금을 들고, 운동 계획을 세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1년을 준비했다.
“이걸 내가 손수 쓸 때 이상 야릇한 마음으로 손수 썼는데 벌써 백일이 지났네요.
매일 한 장씩 뜯는 기분이 참 야릇했는데요...“ - 인터뷰 중 -
손수 써붙인 사하라사막 달력을 하루하루 뜯어가며
1년간 계속해왔던 잔인하리만큼 고됐던 강행군의 훈련들.
사막의 한낮 불볕더위 적응을 위해 한증막에 들어가서 턱에 숨이 찰 때까지 뜀박질을 하고, 모래 위를 걷는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 해수욕장에서 걷고 또 걷는 훈련을 반복했다.
대회 시작 전까지 코스는 참가자들에게 전적으로 비공개!
매해 달라지는 마라톤 코스는 어떤 변수가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김순모씨는 지금까지의 사하라사막 마라톤 대회 동영상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보면서 어떤 지형인지, 참가자들은 어떤 것들을 준비해 갔는지 눈에 익히고 또 익힌다.
노년기에 불쑥불쑥 찾아오는 외로움과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던 마라톤.
김순모 할아버지는 이제는 거기서 얻은 자신감을 다른 누군가에게도 전해주고 싶다고 한다.
“내 나이가 60대 중반이 넘었는데 우리 60․70대 사람들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 인터뷰 중 -
포기의 순간을 어떻게 대처하겠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그의 대답은 결연하고 명확하다.
“저는 포기 안합니다. 최악을 맞이했으면 했지 포기 안 합니다” -인터뷰 중-
“아 물이 모자라 어떡하지... 달릴 수가 없어” 48시간을 이동해온 끝에 도착한 사하라사막.
세계 42개국에서 모인 약 9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라톤 대회가 시작됐다.
레이스를 채 시작하기도 전에 몰아쳐오는 모래폭풍으로 눈․코․입 모두가 모래가루로 뒤범벅 됐다. 모래 바람을 등지고 밥을 먹는다 한들 밥 보다 더 많은 모래가 입안에 가득 맴돈다.
망망대해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 첩첩히 쌓인 거대한 모래언덕을 두 손과 두 발을 사용해 기어 올라가다 보면 참가자들의 입에서는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26회 대회 역사상 최고 난이도로 구성되었다는 첫날의 코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앞에서 참가자들은 두려움으로 모두 할 말을 잃었다.
험난한 코스인만큼 물의 양도 절대적으로 더 필요한 상황.
그런데 김순모씨가 첫날의 레이스 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페이스조절 실패로 물이 모자라 허덕이며 앉았다 일어나기를 수차례 반복하는데...
“물이 모자라.. 곧 떨어질 것 같아. 하나 더 달라고 하면 안 되나?”
“내가 여기 왜 온거야.. 왜?”
“51.5도, 수분이 다 증발해서 오줌도 안 나와”
1박 2일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총 82km를 뛰어야 하는 지옥의 코스를 앞두고 김순모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레이스를 위해 가장 중요한 발이 3일간의 레이스끝에 온통 물집과 피멍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조금만 더 버텨주었으면 했던 엄지발가락마저 결국 말썽을 일으켰다.
“발이 아작이 났구만. 아작이 났어. 아이고..
엄지발가락이 썩어서 빠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어.”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나마 선선했던 날씨마저도 살인적인 무더위로 참가자들을 극심한 고통에 빠뜨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저기서 한낮과 밤의 온도차를 이기지 못한 탈락자들의 속출이 이어진다.
“너무 피곤하고 추워서 포기했어요. 올해로 2번째 참가했는데 올해는 너무 힘들었어요. 코스가 너무 길고 어려웠어요.“
- 홍콩 탈락자 int 중
6박 7일간의 대장정 속에서 과연 김순모 할아버지는 ‘그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휴먼다큐 그날>팀이 사하라사막 마라톤대회의 감동과 눈물의 순간들을 담아봤다.
홍 보 : 최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