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MBC 스페셜]‘개천에서 용 찾기’
■ 제작진 : 기획 : 정성후 / 연출 : 성기연 / 글.구성 : 이아미 /조연출 : 임종명 / 취재 : 김현희
■ 기획의도
교육은 우리나라에서 빈부격차를 뛰어넘는 신분상승의 기회로 여겨져 왔고,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분야보다 공정해야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여기서 ‘공정’이란 능력과 노력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균등한 기회’는 보장돼야 한다는 것.
그동안 우리 사회의 많은 리더 그룹들은 가난한 여건 속에서도 배움의 꿈을 버리지 않아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 이미 수 년 전부터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은 끝났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과연 오늘날은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일까? MBC 스페셜에서 <2011, 개천에서 용 찾기 프로젝트>를 시도해봤다.
■ 주요 내용
예부터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면 ‘개천의 용’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서울 지역에서 강남 3구 출신 학생들이 올해 서울대학교 신입생의 약 40%를 차지하고, 전통적인 명문 고등학교가 서울대 합격자를 한 명도 내놓지 못하는 등, 점점 교육의 빈부 격차가 늘어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대체 어디에 가면 개천의 용을 찾을 수 있을까?
- 개천의 용들을 만나다!
개천에서 난 용들을 만나는 일이 처음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1970년대부터의 신문 기사와 방송자료를 찾아보고, 헌 책방의 고시 합격 수기까지 샅샅이 뒤졌다. 서울대학교 각과 동문회에 문의하기를 수십 차례, 겨우 연락이 닿고도 과거에 대해 얘기하는 걸 꺼려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전근 간 고3 담임선생님의 현재 근무학교를 알기 위해 각 시·도교육청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여관 시동, 음식점 종업원, 막노동꾼 등을 전전하다 스물한 살에 중학교 검정고시를 시작해 7년 만에 사법고시까지 패스한 박영립 변호사.
구로공단 노동자에서 사법고시에 도전해 그해 고졸 학력으로는 유일하게 합격한 노관규 순천 시장.
자타공인 용으로 거듭난 두 사람은 ‘가난’이 힘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음을 회상한다. 그리고 점차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는 사다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걱정한다.
“그때는 사실 방송에 나가는 것도 자신의 환경을 다 공개를 해야 되다 보니까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그때 서울대 입학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도가 그거밖에 없었어요.” - 2005년 MBC ‘사과나무 장학금’ 출연, 서울대학교 졸업생 차송훈 int 中
“아무리 가정 형편이 어려워도 선생님과 함께 산다는 건 부담스러웠죠. 근데 그런 주변의 기대와 부담감이 없었다면 정신줄 놓고 살았을 것 같아요. 달리 생각해보면 기분 좋은 압박감 같은 거죠.” - 서울대학교 조소학과 졸업생 김종찬 int 中
실제로 제작진이 만난 젊은 예비 용들은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고 말했다. 생계 걱정을 하느라 사교육은 꿈도 꾸기 어려웠고, 주변의 도움 없이는 학교 공부조차 맘껏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다섯 명의 젊은 용들.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은 수재 형은 아니었고 다만 노력만큼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리고 이들은 아직 자신들은 용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한다. 과연 이들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 누구나 용이 될 수 있다.
“네가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 줄 몰랐다.”
2010년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34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승한 허각에게 대회가 끝난 뒤 그의 아버지가 한 말이다. 부모님을 비롯해 그의 주변 사람들 모두는 “네가 노래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냐”며 노래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허각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던 장재인 역시 그녀가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치기어린 소리라며 나무랐다고 한다. 그들이 만약 가수의 길을 포기했다면 지금도 여전히 각각 환풍기 수리공과 고시원의 자퇴생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요즘 패션업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디자이너로 통하는 최범석의 인생도 드라마틱하기는 마찬가지. 그는 자신만의 브랜드 ‘제너럴 아이디어’를 만들어 국내 최초로 프랑스 유명 백화점에 입점했고, 2008년에는 모두의 우려를 깨고 뉴욕 패션계 진출에 성공했다. 그에게는 그의 패션만큼 유명한 것이 있는데 바로 ‘고졸/동대문 출신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다. 그는 19살에 노점상에서 옷을 파는 것으로 시작해 동대문의 의류매장을 거쳐 패션업계의 주류에 들어선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인터뷰할 때, 어느 학교 나오셨나요? 아무도 안 물어봐요. 단 한 명도. 그들은 저의 학교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 - 디자이너 최범석 int 中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남들보다 먼저 내가 진정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된 점”을 꼽는다. 또한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을 거듭한 점이 남들과 달랐던 것 같다고 말한다. 자기 눈앞에 놓인 현실적인 장애물을 하나하나 극복하다보니 지금에 이르렀다는 그는 어린 후배들에게 벽이 높다고 포기하지 말고 직접 부딪쳐보라 조언한다.
- 2011년, 새로 쓰는 용의 공식.
해마다 대학 수학 능력 시험 날이 되면 온 나라가 마비가 될 정도로 대학 입시에 열을 올리는 우리나라. 그러나 수능 응시생의 단 1.6%만이 소위 SKY대학교에 진학하고 그 중에 0.4%만이 서울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2011년도 기준) 그리고 명문대에 진학한 후, 이른바 스펙 쌓기에 열을 올려 대기업에 취직을 해도 ‘사오정 오륙도’ (사십오 세 정년퇴직. 오십육 세까지 남아 있으면 도둑놈)를 걱정하게 되는 게 현실. 그런데도 기성세대는 여전히 성공 확률이 극히 소수인 ‘공부’에서만 용이 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용이 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해요. 김제동, 박경철, 이외수. 사람들은 이들을 용이라고 부르죠. 김제동은 교육을 잘 받았나요? 이외수는 무슨 대단한 교육을 받았나요?”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 int 中
많은 사람들이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고 비관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용은 꾸준히 나고 있는데 다만 한 가지 잣대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만 받은 사람은 절대로 리더가 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잘사는 사람들은 개천에서 더 많이 나올 거예요.“ -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int 中
우리 사회는 그동안 개천에서 난 용들을 굉장히 높이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반기문 UN사무총장, 정주영 전 현대 회장... 그들의 정직한 땀과 노력은 온 국민에게 성공 신화이자 미담으로 기억된다. 그런 우리나라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혹은 자기 계발의 기회를 갖지 못해 ‘개천 용’의 명맥이 끊긴다면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천에서 용이 나게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에서 모색해보자.
문의 : 한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