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일, 전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할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됐다! 우승컵을 사이에 둔 전국 8개 구단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 ‘야구 경기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고 할 만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경기장에서, 관중석을 더욱 뜨겁게 달구는 이들은 바로 야구장의 꽃, 치어리더들이다. 그러나 관중 앞에서 화려한 공연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그녀들이 실은 그 성공적인 하루를 위해 얼마나 혹독한 연습을 반복하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녀들의 피땀 어린 눈물은 관중들의 함성 뒤에 감춰져 있다.
낭랑 18세, 여고생 치어리더 금보아가 간다!
부산 서여고 3학년인 금보아(18). 학교 안에서는 말 그대로 가수 보아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친구들을 떼로 몰고 다니는 보아는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는다. 저녁 6시, 보충수업이 끝나고 나면 바로 가방을 챙겨 교문을 나서는 보아가 향하는 곳은 바로 치어리더 연습실. 새내기 치어리더인 보아는 사실 농구계에서는 얼굴이 조금 알려져 있다. 작년 10월, 농구시즌 당시 경기장에 얼굴을 내비치자마자 모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순위 1위에 올라버린 것이다!
“적성에 완전 딱 맞는 것 같아요. 천직이라고 해야 하나? 남들 앞에서 생글생글 웃는 것도 잘하고 춤도 좋아하고... 다방면에서 맞는 것 같아요. (엄노을, 선배 치어리더)
“꿈에서 치어리더 하는 꿈도 꾸고 그래요. 무대 올라가서 제가 춤추고 있는 그런 꿈. 엄마가 나를 지켜보시기도 하고요“ (금보아)
그런 보아가 올 2011 프로야구 시즌을 맞아 처음으로 야구 응원단상에 오른다. 대전에 있는 한화이글스 구단의 정식 응원단원이 된 것이다. 관중석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경기 중간에만 쇼를 하는 농구와는 달리, 엄청난 규모의 관중석 앞에서 눈을 마주치며 계속 분위기를 이끌어야 하는 야구 응원은 체력소모도 크고, 무엇보다 사람들을 압도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엄청나다. 사실, 그래서 보아는 야구 치어리더가 되고 싶었다.
“처음 연습실에 왔을 때 언니들이 야구응원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그거 보면서 아, 하고 싶다. 내가 저걸 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야구는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주시고, 더 좋아하는 스포츠잖아요. ...더 가까이에서 같이 호흡하면서 경기를 즐기고 싶어요” (금보아)
“금쪽같은 내 딸이 치어리더가 되겠다니..”
말릴 수도, 응원할 수도 없는 엄마의 딜레마
마흔이 다 되어 얻은 금쪽같은 외동딸 보아.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엄마(김명시, 57)는 보아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었다. 말도 떼기 전부터 TV를 보면서 눈물연기를 하던 보아는 춤을 좋아했고, 엄마는 연기, 무용, 노래 등 아이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일찌감치 열어주었다. 하지만 세상 어느 엄마가 자식이 공부 잘하는 기쁨을 마다할까. 작년까지만 해도 보아의 진로 때문에 자주 싸웠지만, 솔직히 엄마는 딸아이가 주체할 수 없는 활달함과 끼를 타고 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제 고3, 수험생으로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시기에 결국 엄마는 보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국내에서 예체능으로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지 잘 알기에, 엄마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마음이 너무 안됐죠. 어린 나이에.. 부모로서는 저런 거 말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다른 길을 갔으면 좋겠는데... 마음이 짠하지요. 그래도 워낙 자기가 좋아하는 길이고, 스스로 선택했으니까..” (김명시, 보아의 엄마)
생초보 야구 치어리더, 외울 게 너무 많아!
보아의 데뷔전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학교생활을 병행하며 훈련을 하는 보아는 연습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야구에 대해서는 이런 초보가 따로 없다. 아는 선수 이름이라고는 류현진(한화), 강민호(롯데), 이대호(롯데)가 전부이고, 한 경기에 9회인지 10회인지도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할 정도로 ‘야구백치’! 우선 소속팀인 한화의 선수송을 모조리 마스터하고, 스무 곡에 가까운 응원무와 대중가요 안무를 전부 익혀야 한다. 하루 4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맹훈련을 하는데도 동작은 자꾸만 틀리고, 어쩐 일인지 외운 것도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다. 몸은 점점 녹초가 되고, 낮에는 피곤해서 학교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 그러다 데뷔 하루 전 날, 급기야 보아는 병원에 드러눕고 마는데...
그날, 귓가에 들리는 관중들의 함성 그리고..
멀리서 지켜보는 엄마의 눈물
드디어 야구 치어리더로 데뷔하는 그날! 전날 새벽까지 춤 연습을 계속했는데도 미처 안무를 다 익히지 못한 보아는 아침부터 피가 마른다. 시간이 없어 대전으로 가는 기차에서 화장을 해야 하는 보아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과연, 보아는 실수 없이 데뷔전을 잘 치러낼 수 있을까?
“(무대에 서면) 완전 긴장할 것 같고 무서울 것 같아요. 사람들하고 눈이 마주치면 어쩌나, 날 빤히 바라보고 있음 어떻게 하나, 틀리면 어떻게 하나... 너무 걱정돼요” (금보아)
한편, 단 한 번도 딸아이가 남들 앞에서 춤추는 모습을 본 적 없는 엄마는 큰맘 먹고 가게 문을 닫은 채 길을 나섰다. 혹시라도 엄마를 보면 놀라서 실수라도 할까 싶어, 엄마는 관중석 뒷자리에서 몰래 딸을 지켜보기로 했다. 보아는 과연 어떤 얼굴로, 얼마나 행복한 표정으로 춤을 출까? 숨죽여 바라보는 엄마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온다.
“감동적이네요. 아마 제가 온 줄 알면 깜짝 놀랄 거예요.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까.. 이 많은 관중들 앞에서 저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끼를 발산하는 걸 보니까 정말 감동적이네요. ...딸 하나 잘 둔 덕에 행복합니다” (김명시, 보아의 엄마)
연 출 : 유해진
구 성 : 한선정
홍 보 : 최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