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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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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휴먼다큐, 그날] 검은 한국인 마라토너, 김창원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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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두 번째 난민 출신 귀화자, 김창원


인구 869만의 아프리카 부룬디, 내전의 땅을 벗어나 한국에 온 지 8년 된 까무잡잡한 피부의 한국인. 2003년, 난생 처음 밟은 한국 땅은 언어도 통하지 않고, 밤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붐비는 그저 낯설고 신기한 나라였다.


 체류 연장을 5번 넘게 거듭하며 어렵게 획득한 난민지위, 그것에 그치지 않고 창원씨는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길 원했다. 까다로운 절차와 규정으로 귀화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그는 지난 해 11월 귀화시험에 합격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아프리카 난민 버징고 도나티엔이 아닌, 한국인 김창원으로서 귀화 후 처음으로 달리는 국제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있다.



“ 저는 34살, 한국인 김창원입니다 ”



 “ 이름이 뭐예요? ” 라는 질문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한 남자는 “제 이름은 김창원” 입니다 라고 대답한다. ‘창원 김씨의 시조’,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지명을 따 만든 김창원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8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창원씨는 본래 국립 부룬디대학 경제학과에 다니던 엘리트 청년이었다. 하지만 15살 때 일어난 내전이 그의 삶을 뒤흔들어 놓았고, 결국 부모까지 잃게 만들었다. 끝없는 내전으로 희망도 꿈도 보이지 않던 그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준 것은 마라톤. 2003년, 대구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의 하프 마라톤과 10,000m 육상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온 그는 그길로 한국으로 망명했다. 마라톤 때문에 한국으로 오게 됐고, 마라톤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지금의 직장도 소개받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을 정도로 창원씨에게 마라톤은 특별한 무엇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듯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달려온 그는 어느덧 번듯한 직장을 가진 6년차 회사원, 밤에는 경남대 경영학부 4학년 늦깎이 대학생이요, 때론 주말을 반납해가며 운동으로 몸을 다지는 마라토너이다. 늘상 바쁜 일정 속에 외롭고 힘든 시간을 견디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지만 그에겐 아직 간절한 꿈들이 남아있다.  


 고향에서 못다 한 학업의 꿈을 이어 나감과 동시에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가 되고 싶은 것, 한국 여자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소박한 꿈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붙여진 난민 마라토너라는 꼬리표 대신 한국인 김창원으로 달리는 이번 첫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꿈이 있다.



“마라톤은 개인적으로 아주 좋습니다. 왜 좋으냐면 마라톤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됐고,
마라톤 때문에 한국사람 많이 사귀었고, 마라톤 때문에 한국생활 적응됐고, 아주 좋은 친구 같아요.”  
(김창원, 마스터스 마라토너)



혹시 전생에 한국인?! 하나둘씩 드러나는 한국인의 기질


 허우대 멀쩡한 창원씨,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와 함께 어디서 배웠는지 간혹, “뻥 치지마, 맛이 갔어” 와 같은 속어를 쓰기도 한다. 장어구이와 삼겹살을 좋아하고, 구수한 청국장에 밥을 비벼 먹기도 한다. 한우와 미국산 소고기 맛의 차이를 가늠할 줄 아는 그는 이제 뼛속까지 한국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한국 사람이 다 됐다.


 시장바닥에서나 흔히들 통하는 아줌마 식 가격흥정을 창원씨는 백화점 매장에서도 여지없이 실천하며 한국인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한국사람 보다 더 한국사람 같은 그의 푸근한 모습 때문인지 창원씨 주변엔 항상 그를 생각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엔 피부색이 다르다 보니까 좀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거리감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것도 있었는데,
같이 생활하다보니 전혀 외국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친구들하고 밥을 먹을 때도 한국음식도 잘 먹고, 농담도 잘하고, 다정다감해요."    
(강진원, 직장 동료)


3년만의 정상복귀, 하지만 대회 당일까지 그를 가로막는 것들

- 발목 부상, 감기, 비



 ‘마스터스 황제의 귀환’, ‘3년만의 정상 탈환 이뤄질까?’ 대회를 며칠 앞두고 과연 누가 우승을 거머쥘 것인가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했다. 창원씨가 출전한다 싶으면 그를 일단 제쳐두고 2등 순위부터 매긴다는 다른 선수들의 말처럼 그는 마라톤 마스터스 부문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다. 2006년에서 2008년까지의 마라톤 대회에서 3연패를 달성한 창원씨는 2시간 18분 37초라는, 엘리트 선수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2009년과 지난해에는 상황이 달랐다. 대회를 앞두고 발목을 다쳐 두 해간, 연이어 출전하지 못한 것이다. 3년 만에 다시 정상자리를 노리는 이번 대회는 창원씨에게 무엇보다도 한국 국적을 얻고 처음으로 뛰는 풀코스 대회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러나 이번에도 시도 때도 없이 속 썩이는 발목 부상이 큰 변수.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도 그는 달리기를 멈출 수 없다. 달리고 싶은 마음이 욕심으로 커진 걸까. 대회를 3일 앞두고 감기까지 걸리는데...



"제일 걱정되는 건 뛰면서 만약에 통증 오면 속도를 못 내서 스퍼트를 못 쫓기 때문에 그런 게 신경 많이 쓰여요.
시합 뛰면서 다른 사람이랑 같이 뛰니까 만약에 보통 페이스면 따라 가야되는데 통증 있으면 못 따라가잖아요."
 (김창원)


 대회를 준비하기까지의 악조건은 단지 발목 부상, 감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창원씨에게 이번 대회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된 것은 궂은 날씨, 대회당일 내리는 비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는 더운 나라에서 온 창원씨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기만한 조건이다.

 대회를 갓 앞두고, 갑작스럽게 닥친 역경들을 이겨내고 과연 그는 귀화 후, 김창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달리는 첫 대회를 통해 다시한번 마스터스 황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기 획 : 허태정
연 출 : 최병륜      
구 성 : 김세진
홍 보 : 최수진

예약일시 2011-04-01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