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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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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PD수첩] 제 893회 교수와 제자 - 어긋난 사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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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가 지난 달 28일, 성악과 김인혜 교수의 파면을 결정했다. 파면 이유에 대해 학교 측은 제자 상습 폭행, 금품수수, 티켓 강매, 여름캠프 참가 강요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파면은 해당 교수가 바로 교단을 떠나야 할 뿐만 아니라 5년간 공직 취임이 제한되는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이다. 존경과 신뢰가 바탕되어야 할 교수와 제자 사이에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일까.


▶ 김인혜 사태는 예술계의 관행? ]

피디수첩은 성악과 졸업생과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을 만나 그녀를 둘러싼 의혹들을 확인해봤다. 상습적인 폭행 의혹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년간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반주자 나가, 커튼 쳐."라는 말이 폭행을 알리는 신호였다고 신문에 보도된 데 대해 한 학생은 "오히려 그건 너무 예의바른 거다. 악보를 집어던지는 건 기본이고 학생을 밀쳐서 넘어뜨리고 밟는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한 졸업생은  티켓 강매에 대해서도 치가 떨리는 경험을 고백했다. 그에게 할당된 티켓에 '초대권' 도장이 찍혀있어 팔 수 없었다는 것. 결국 그는 자비로 티켓 값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부 예술계 관계자들은 예술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곪아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클래식 공연은 수요가 많지 않아 일부 기획사가 남는 티켓으로 공연 개런티를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럴 경우 교수는 제자들에게 공연티켓을 판매한 돈으로 공연 수입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공연예술계의 불합리한 관행들을 들여다봤다.


▶ 대학사회에서 교수는 '신'


"신이죠. 학생은 그냥 먼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미래를 바꿔줄 수 있죠.

줄을 잘 탄다면 비포장을 달리냐 포장된 도로를 달리냐 둘 중 하나죠"


한 음대 대학원생은 교수를 '신'으로 표현했다. 교수들이 학점부터 논문과 취업에 이르기까지 제자들의 '목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음대의 경우 오케스트라, 합창단, 대학교수 등 진로가 한정된 데다 채용 경로도 교수들의 인맥에 의지하기 때문에 교수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현악 전공생의 경우에는 악기를 하나 구입하더라도 교수들의 입김이 작용한다고 했다. 대학원생들은 졸업 논문에서부터 졸업 후 취업 추천서까지 어느 것 하나 교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로 제자 앞에서 교수의 권력은 막강하다고 밝혔다.

 

▶ 문제제기조차 불가능한 구조

사제지간의 불합리한 관계가 계속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왜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까. 실제로 부산의 한 의대에서는 전공의들이 교수의 상습 폭행을 형사 고발해 교수가 해임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교수는 해임된 지 1년 만에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 징계에 불복한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 해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후 학교 징계위원회에서 해당 교수의 징계 수위를 정직 3개월로 낮췄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전공의들은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해당 교수가 돌아와서 또 다시 폭행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교수의 복귀 이후 전문의 시험 등에서 불이익까지 겪었다. 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대학 운영에 있어서 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제도는 전혀 없는 반면 대학의 징계위원회는 교수들과 교직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교수에 대한 징계가 가볍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교수의 절대권력 앞에 문제제기한 학생들만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적 모순을 피디수첩이 취재했다.

기획 김철진
연출 이미영
글/구성 이소영
취재  김해연

 

예약일시 2011-03-14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