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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수첩』890회 시민혁명의 물결, 아랍의 봄은 오는가. (가제)
민주화 물결이 아랍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5일, 튀니지에서 시작된 시민혁명은 이집트를 넘어 아랍 각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바레인, 예멘, 리비아, 알제리, 이란 등의 아랍 국가에서는 정부의 강경대응에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혁명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아랍을 휩쓰는 시민혁명의 원인은 무엇이며, 종착지는 어디일까. 민주주의 시민혁명의 현장, 이집트와 튀니지의 현지 취재를 통해 알아본다.
아랍 세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 ‘독재 정권의 몰락’ 근대 이집트 역사상 최장인 30년을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지난 11일 전격 퇴진했다. 이집트에서 첫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후 18일만의 일이었다. ‘현대판 파라오’로 불리며 군림해오던 무바라크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린 건 군부도, 야당도 아닌 이집트 시민들이었다. 독재정권하에서 정치적 억압과 부패, 빈부격차, 치솟는 물가, 젊은 층의 높은 실업률 등으로 고통 받고 좌절하던 국민들의 분노가 민중 봉기로 이어졌고, 결국 ‘무바라크 축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무려 30년 동안 지속된 무바라크 정권의 철권통치에 국민들의 분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었다. 폭발직전이던 이집트에 이웃 튀니지의 민주화 운동은 시민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튀니지의 독재자 벤 알리가 반정부 시위로 쫓겨나는 모습을 목도한 이집트 국민들은 그로부터 열흘 뒤인 1월 25일, 무바라크 정권의 독재 종식을 요구하며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무바라크 정권에 마침표를 찍었다.
극심한 경제난과 독재정권의 치부 속에서 꽃핀, ‘민주주의 열망’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일어난 정권 교체의 기저에는 근본적으로 부패한 정부와 궁핍한 경제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취재 중에 만난 젊은이들은 “특별한 인맥이 없으면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 얻기가 어렵다. 어렵게 직장을 구해도 살인적인 물가에 비해 급료가 턱없이 적어 생계를 잇기도 빠듯하다.”며 “결국 결혼을 미루고 해외 공장이나 청소용역으로 빠져나간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만난 이집트 청년 와심 무하멧(25세) 역시 카이로 유수의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이집트에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한국의 염색공장에서 일하며 고향의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다. 한국의 와심과 이집트에 있는 그의 가족의 삶을 통해 독재정권 속에 살아가는 이집트 서민의 삶을 살펴본다.
23년간 독재 정권하에 있던 튀니지도, 집권층이 부정부패를 일삼는 동안 민중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철권통치를 휘둘렀던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을 몰아낸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노점상을 해야 했던 한 청년의 분신사건에서 촉발됐다. 튀니지의 시디 부지드라는 작은 소도시에서 무허가 청과물 노점상을 하던 모하메드 부아지지(26세)는 경찰의 단속에 적발돼 생계수단인 행상을 모두 빼앗기자 작년 12월 분신을 결행,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취재진이 만난 부아지지의 어머니 마누비아(48세)는 “아들의 얼굴에 입맞춤을 해주고 싶었지만, 입술이 다 타버려 할 수 없었다.”며 아들의 죽음에 참담해하면서도, “아들은 차별받지 않는 튀니지의 미래를 위해 죽었다.”며 정치적 각성을 준 아들의 죽음에 의연했다. 부아지지의 분신 소식은 벤 알리 대통령의 장기 집권 속에서 만성적인 실업과 고물가로 신음하던 튀니지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앞서 인터넷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대통령 일가의 불법적인 재산 축적과 고위관료들의 부패상을 담은 문서가 공개되면서 분노한 시민들은 분신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정부는 실탄을 사용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지만, 시위는 6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도 수그러들지 않아 결국 벤 알리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PD수첩은 1월 13일 시위에 참여하다 정부 측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아 숨진 튀니지 청년 헬미 만데이(24세)의 사례도 현지 취재를 통해 함께 공개한다.
SNS, 시민 혁명을 확산시키다 그동안 아랍의 독재자들은 언론장악을 통해 여론을 통제하고, 수십 년 동안 정권을 유지해왔다. 특히 이집트는 지난 1981년 이후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어 시위가 금지됐고 시민들이 정치적 의견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SNS를 통해 집회를 제안하고, 시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시위 전개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행동강령도 SNS를 타고 전달됐다.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사망자 소식과 시위대를 잔혹하게 진압, 고문하는 동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 전 세계에 독재정권 속에 감춰졌던 진실을 알리기도 했다. 시위가 격렬해지자 뒤늦게 튀니지는 블로거들을 구금하고, 이집트는 인터넷 사이트 접속은 물론 전화망까지 차단했다. 그러나 정부의 검열에 시민들은 위성이나 우회회선을 통해 의견과 정보를 전달하며 시민혁명을 이어나갔다.
이집트와 튀니지의 독재정권이 무너진 이후, 시민혁명은 이웃 아랍권 국가들로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다수가 이슬람을 믿어 문화적으로 동질감을 갖고 있는 아랍세계에서는 앞으로도 민주화 운동이 확산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또 어떠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지 전 세계는 지금, 아랍 세계를 주목하고 있다.
** 제작진 기 획 : 김태현 CP 연 출 : 전성관 PD 문 의 : 한임경(02-789-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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