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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검은 눈물의 시간 307일’
지구 여섯 바퀴 반을 돈 307일간의 대기록, 그 뒷이야기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눈물>이 21일 밤 11시 5분, ‘에필로그, 검은 눈물의 시간 307일’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동안 아프리카가 풍물기행이나 기아문제 차원에서 주로 조명됐다면, <아프리카의 눈물>은 기후변화로 아프리카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로 시선을 옮기고 그것이 이들의 삶에 어떻게 파고드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뤘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에필로그에서는 기후변화가 가져온 아프리카의 ‘비극의 흐름’을 따라 사하라부터 최남단 남아공까지, 아프리카 전역을 누빈 제작진의 험난했던 307일간의 여정을 그대로 담았다. 총 25만 킬로미터, 지구 여섯 바퀴 반을 돈 길고 긴 여정 속에서 아프리카의 뜨거운 눈물을 담기 위해 제작진이 벌인 치열했던 생존기가 공개된다. (사진, 항공촬영을 위해 헬기에 탑승중인 제작진/ 진흙에 빠진 제작진 차량)
야생을 온몸으로 겪었던 지난 1년
아프리카는 매순간이 도전이고, 시련이었다. 아프리카의 극심한 물 부족 재앙은 현지 주민은 물론 제작진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식수를 차에 싣고 다녔지만, 물을 아끼느라 설거지는 강물로 해야 했던 제작진은 세균 때문에 늘 설사 등 수인성 질병에 시달렸다. 촬영이 시작되면 고통은 배가 됐다. 풀로 지은 부족민 집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벼룩에 물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고, 텐트에서는 매번 독을 품은 전갈과 왕거미가 줄줄이 걸어 나와 제작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1년이라는 사전취재 기간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모든 예상과 기대를 뛰어넘었던 땅, 아프리카. 그곳에서 제작진은 사람 뿐 아니라 지독한 환경과도 친해져야 했다. (사진, 벼룩에 물린 제작진 몸/ 텐트 속 전갈)
미지의 세계, 떨리는 첫 만남
아찔한 협곡을 넘어 제작진이 첫발을 내딛은 곳은 인류의 조상이 살았던 땅, 오모계곡이다. 오모계곡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Adis Ababa)에서 차로 무려 5일을 달려야 갈 수 있는 오지 중의 오지다. 오모계곡에서 제작진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호기심 많은 카로족(Karo)이었다. 카로족은 갑작스런 이방인의 등장을 경계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제작진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다. 카메라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아이들은 카메라 곁을 떠날 줄 몰랐고, 부끄럼 많은 카로족 처녀들도 밤이 되면 촬영된 자신들의 모습을 보려고 제작진을 찾아오기도 했다. 제작진이야말로 그들의 세계에 떨어진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정작 당혹스러운 건 제작진이었다. 마을 어디를 가나 총이 쉽게 눈에 띄었고, 어린아이에게 총을 맡기기도 했다. 기관총을 든 부족민과 만났을 때는 두려움마저 들었다. 오모계곡, 그곳은 총의 땅이었다. (사진, 숙소에서 촬영된 화면을 보는 카로족 여자들/ 기관총 들고 있는 카로족 아이)
의료봉사단 된 사연
불안한 긴장 속에서도, 제작진은 부족민들과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마을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찬데서 자서 아침이면 눈 하나 꿈쩍일 수 없을 만큼 온 몸이 부어올랐지만, 보람은 있었다. 부족민들이 제작진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아침이면 텐트 앞은 주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의료혜택이 전무하다시피 한 곳이다 보니, 제작진에게 치료를 해달라며 부족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텐트로 몰려들었다. 제작진이 줄 수 있는 건 소독약과 물파스 같은 기본약품들이 전부였지만, 부족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모래바람에 눈병을 앓던 부족민들에게는 식염수가 인기였다. 소독만으로도 병이 다 나은 듯 웃어 보이는 부족민들의 모습에, 매일 아침 제작진은 기꺼이 예정에 없었던 의료봉사단 역할까지 하게 됐다.(사진, 아기 상처를 소독해주는 제작진/ 부족민 눈에 식염수 넣어주는 제작진)
잊을 수 없는 순간들
제작진이라고 처음부터 부족민에게 허물없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눈으로 직접 본 그들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아랫입술을 찢어 직경 10cm가 넘는 진흙원반을 끼우거나 잇몸과 입술에 바늘로 검은 문신을 하는 등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한학수 PD는 “ 사전조사하면서 사진으로 보긴 했지만, 실제로 보았을 때는 충격이었다.”며 “며칠 지나서야 눈에도 익고 자연스러워 졌다”라고 말하며 당황했던 순간을 전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도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국가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부족 단위로 생활하고 있어, 제작진 역시 현지 정부의 보호를 받기 어려웠다. 오모계곡 수리족(Suri)의 축제 ‘동가’를 촬영할 때는, 소를 약탈당한 사내가 술을 마시고 총을 쏘는 바람에 제작진이 위험천만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순식간에 총알이 촬영을 하던 조연출의 머리 1m위를 지나, 지미짚 카메라에 날아드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인간에게 가장 적대적인 땅, 사하라에서도 위기는 계속됐다. 차가 모래에 빠지는 것은 다반사고,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타이어가 녹아 터져버리는 일도 허다했다. 타이어가 주행 중 파열되어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마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조연출은 척추 4개가 금이 가는 중상을 입고 한국으로 급히 이송됐다.
아찔한 시간 속, 감동의 순간도 있었다. 물을 찾아 450Km에 달하는 대장정을 떠나는 사막코끼리를 촬영한 장형원 PD는 “탈수 직전의 코끼리들이 물 냄새를 맡고 극적으로 펌프장에 찾아든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며 “바로 20미터 앞에서 물을 먹던 코끼리가 순간 제작진을 응시할 때면 무서우면서도 놀라웠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 총알을 피해 엎드리는 제작진과 부족민들, 사고 후 현지병원에 이송된 조연출 이미정)
아쉬운 이별, 그러나 희망을 보다
순수의 땅, 그래서 더 고통 받는 땅, 아프리카. 오모계곡에서 북부 사하라, 남부 모잠비크까지, 수많은 부족들과 함께 한 307일. 그들의 삶과 그들의 눈물 속으로 들어갈수록 정(情)은 쌓여만 갔다. 헤어지는 날, 제작진은 선물로 준비해간 비누와 설탕, 학용품을 이들에게 전해 주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러나 가슴이 먹먹했던 것은 비단 제작진만이 아니었나보다. 온 부족민들이 나서서 제작진의 짐을 날라다 주었는데,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는 그들에게서 우리는 희망을 보았다.
문의: 홍보국 남궁성우, 강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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