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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에서 뱃길로 1시간 거리의 소안도. 전복, 김 양식 등으로 유명한 이 청정해역의 섬에는 초중고 생활을 함께 한 15명의 수험생들이 있다. 전교생 45명의 소안고 3학년 학생들이 그 주인공. 과외는커녕 학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외딴 섬. 학부모 대다수가 바다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형편이라 교육열은 떨어지지만, 학생들의 꿈만큼은 당차고 야무지다. 단지 점수 1, 2점이 아닌 저마다의 꿈을 위해 달리는 섬마을 아이들.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펼쳐지는 섬마을 수험생들의 15人 15色, 좌충우돌 수능 도전기!
위기인가, 기회인가. 1등도 꼴등도 없는 ‘사교육 제로지대’의 고3생들.
"섬에서 공부하다 보니, 아무리 60만 수험생이 있다고 해도 눈에 보이는 건 15명뿐이잖아요.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밖의 애들에 비하면 세발의 피죠. 그래서 학원이나 과외 받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어요." -소안고 3학년 미진이 인터뷰 中-
"제가 (딸에게) '그래도 고등학교는 밖에 나가서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 그랬더니, 얘가 '자신은 농어촌에서 해야만 성적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는다. 아무리 공부 잘하는 애도 도시에 나가면 꼴찌다. 그러면 거기서 대학을 가는데 혜택을 못 본다' 이렇게 계산적으로 나오더라고요. (웃음) -3학년 두리 어머니 인터뷰 中-
소안고 학부모들의 일터는 ‘오뉴월이 따로 없다는 거친 바다’ 위. 생계가 최우선이고 보니, 도시의 학부모들처럼 지극정성으로 수험생을 보살펴 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섬 내에는 대형학원은 커녕 변변한 사교육 장소 하나 없는 것이 현실. 그나마 남아있던 학생들 상당수도 전부 해남이나 목포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때문에 졸업생 역시 매년 줄고 있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그동안 학교 수업과 담당 교사와의 1대 1 교습에만 의존해 외로운 수험 생활을 버텨 왔다. 도시 아이들에 비해 다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곧은 소신을 바탕으로 한 저마다의 꿈도 다양하고, 꿈꾸는 이유 역시 다양한데..
가수, 백댄서, 작가까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탈인 만능 재주꾼 ‘두리‘. 동네에서 효자로 소문이 자자한 ’동욱이‘는 92세 할머니를 치료해 주고 싶어 물리치료사를 꿈꾼다.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의 리틀 손예진 ‘시내’ 역시 한쪽 눈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지켜보며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웠다. 공부 에이스 ‘대영이’는 친누나에게 불합격이라는 오명을 안겨 준 광주교대에 가문의 명예를 걸고 도전한다.
환상 0%, 현실 100%!! 섬마을 선생님들의 달콤살벌 유배일지
“섬에 살고 관사에서 생활하다보니까요.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두 가지가 필요 없어요. 구두랑 가방이요. 육지 같으면 뾰족구두 신고 가방 메고 출근하잖아요. 근데 우리는 맨 몸으로 출근하니까 필요 없어요."
"제가 이제까지 살면서 곰팡이 무섭다는 생각을 안 했거든요. 근데 여기는 곰팡이가 진짜 무서워요. 곰팡이가 벽에만 피는 게 아니라, 가죽시계와 옷에도 피어 다 버리게 돼요." - 부담임 선생님 인터뷰 中 -
‘섬 지역 = 교사들의 발령 기피 1순위’라는 악명답게 이곳의 선생님들 역시 말 못할 고충을 겪고 있다. 벌레, 곰팡이와의 동거는 예사, 태풍이라도 한 번 몰아치면 고립된 채 발이 묶이기 일쑤다. 교사 수도 총 9명에 불과해, 복식수업 (두 학년 이상의 학생들을 상대로 가르치는 형태)은 물론 한 교사가 보통 서너 가지 과목을 담당해야만 한다. 선생님 전원이 학교 내 관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1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 들러 가족을 만나는 기러기 신세이기도.
"좀 더 살아있죠. (아이들) 표정이. 저는 학교가 엄청 가기 싫고, 눈뜨면 공부해야 해서 싫었거든요. 그런데 얘네들은 학교가 되게 재미있나 봐요. 그래서 정말 내가 다녔던 학교가 옳은 것인가, 아니면 얘들이 다니고 있는 약간 자유롭고 기준 없어 보이는 이런 환경이 옳은 것인가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 노솜이 선생님 인터뷰 중 -
선생님들이 고된 섬 생활을 버텨낼 수 있는 원동력은 도시 아이들과는 다른 섬 아이들만의 순박한 매력 때문이다. 교사, 학생 모두가 아침부터 밤까지 동고동락하며 수직구도의 사제지간을 뛰어넘는 공동체로 거듭난 것. 학생들의 엉뚱, 맹랑함에 곤혹스러울 때도 많지만, 세상에서 제 학생들이 가장 예쁘다는 고슴도치 선생님들. 3학년 담임 이근평 선생님(49)은 시종일관 온화하고 자상하기만 해 학생들로부터 ‘후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소안고에서 처음 교편을 잡은 노솜이 선생님(27)은 최강의 미모로 남학생들의 인기순위 단연 1위다. 환상 0%, 현실 100%!! 한 시도 조용할 날이 없는 섬마을 선생님들의 행복한 유배일지가 공개된다.
바다가 육지라면... 섬 아이들의 2박 3일 수능 원정기
매년 이맘 때, 수능 날이 다가오면 조용하기만 하던 소안항에 진풍경이 벌어진다. 작은 섬마을에 수능 고사장이 있을 리 없고, 완도로 나가는 배도 오후 5시면 모두 끊겨 버리니, 수험생 전원이 최소 2박 3일은 걸리는 수능 원정을 나서야 하는 것. 수능을 치르기 위해 학생과 교사가 함께 육지로 나가는 것은 소안고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이다. 섬 밖을 나가는 일이 흔치 않은 아이들에게는 수학여행과 더불어 가장 설레는 날이지만, 실상 이 '수능 원정길'은 생각처럼 간단치가 않다.
“기상통보는 미리 예보가 되기 때문에 기상이 불순하면 미리 하루나 이틀 전에 나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작년에는 해남에 가서 시험을 봤거든요 시험장이 해남이라서. 이틀 전에 나가가지고 시험을 치르고 돌아오는 데까지 3박 4일 걸렸습니다.” - 이희관 선생님 인터뷰 中 -
고사장이 있는 완도에 도착해서도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아, 인근 모텔에서 수능 전야를 치러야 하는 아이들. 침침한 조명 아래 막바지 공부에 열을 올리는 벼락치기 족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여유를 피우는 천하태평 족까지 그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내년이면 섬을 떠날 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특별한 여정, 일생일대의 <그날>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기 획 - 허태정 연 출 - 서정창 글, 구성 - 신지현 홍 보 -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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