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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진주 삼남매, 새엄마 만나는 그날
기획의도
한국인 아버지 황정의씨와 가나 출신의 어머니 로즈먼드 사키 사이에서 태어난 흑진주 삼남매, 도담(12), 용연(11), 성연(10). 이들은 2년 전 어머니가 뇌출혈로 숨진 데 이어 지난 9월 아버지마저 잃었다. 우리나라에서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살아가기란 힘든 일. 그런데 삼남매는 불과 2년 사이에 양친을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됐다. 이런 이들에게 법정 대리인(보호자)과 새 엄마(사회복지사)가 생겼다. 삼남매와 함께 살을 부대끼며 생활 할 교사이자 엄마가 되어 줄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흑진주 삼남매, 새엄마 만나는 날! 그날 하루를 입체적으로 기록해본다.
빛이 아닌 가시를 두른 흑진주 삼남매
“이 아이들은 고슴도치 같아요 고슴도치는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서 가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 세 아이 다 몸에 가시를 두르고 있어요” - 자원 봉사자 조호진씨
“얘들이 전부 다 못된 애들이야 국내 애들을 나쁘게 만들어” 조용한 골목에서 동네 할아버지가 큰 소리를 냈다. 한순간 얼굴빛이 변해 버린 흑진주 삼남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얼마나 더 이런 경험을 해야 할까. 첫째 도담이는 겉으론 밝지만 간섭 받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 방을 갖고 싶어 하는 예민한 사춘기 소녀다. 이에 반해 둘째 용연이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자기 것을 남에게 나눠 주길 좋아하는 정 많은 아이다.
그러나 제일 걱정은 막내 성연이. 어리광은 찾아볼 수 없고 얌전한 듯 보이지만 종종 말을 거칠게 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형인 용연이까지 주먹으로 때린다.
“아빠인 황정의씨와 제가 생전에 이야기를 나눴는데 막내가 걱정이다라고 했습니다 막내인 성연이 안에 있는 응어리가 큰 것 같아요” - 자원 봉사자 조호진씨
삼남매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큰 아버지 댁에서 지냈으나 형편상계속 머무를 수 없어 지구촌 사랑나눔 김해성 대표에게 맡겨졌다. 그 후, 아이들은 새 보금자리를 갖게 됐고 같이 살 선생님도 맞이하게 됐다.
“같이 살 사람이에요?”, “안녕 차현미라고 해” 삼남매와 새엄마가 만났다. 이들 사이에는 계속 침묵만 흐르는데...눈도 못 마주치고 선생님에 대해 계속 물어 보는 부끄럼쟁이 용연, 반찬 투정하는 까칠한 성연이.
달력에 동그라미까지 쳐 가며 기다리던 그날, 새엄마 만나는 날! 삼남매에게 그날 하루는 어떤 의미로 새겨졌을까.
고슴도치 삼남매의 새 엄마가 되다
‘시집 어떻게 가려고 하느냐’는 부모님의 걱정을 뒤로 하고 사회복지사 길을 선택한 차현미씨. 그녀는 그동안 장애아동과 성인들을 보살 펴 왔었다. 그런데 삼남매와 함께 할 선생님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게 된 것. 명절 때 집에 못 갈 각오로 아이들과 함께 같이 살면서 꿈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했다.
“도담이가 사춘기라고 하니까 거부감 없이 잘 받아줄지 제일 걱정돼요 ” - 차현미 선생님
남다른 각오로 지원한 그녀, 삼남매의 새엄마가 됐다. 그러나 실전은 이론하고 다른 법!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만난 도담이는 합창 연습을 핑계로 나가고 남은 두 남자 아이는 축구하러 나갔다. 급기야 선생님은 집에 자신만 두고 나간 아이들을 찾으러 나섰다.
삼남매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도 끓이고 깜짝 선물을 준비하는 등 계획한 일정대로 진행해나갔는데 잠들기 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어설프게나마 엄마 역할을 해보려다 막내 성연이와 갈등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통제불능 삼남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간 그날, 생각만큼 쉽지 않았던 그녀의 하루를 기록해본다.
빛을 잃은 흑진주 삼남매의 아빠가 되다
지난 10월 13일 서울대공원에서 코끼리 기증식이 열렸다. 스리랑카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아닌 한 개인에게 감사의 표시로 코끼리 암, 수컷을 선물 한 것. 코끼리를 받은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지구촌 사랑나눔 대표 김해성씨. 그는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 노동자들을 돕는 일을 하는데 우연히 도와준 노동자의 친척이 스리랑카 대통령이 된 것이다.
김 대표는 2년 전 외국인이라 장례 절차를 밟을 수 없었던 흑진주 삼남매 엄마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인연으로 아버지마저 잃은 삼남매의 보호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키울 수 있을까를 논의하면서 제가 맡아서 교육하고 길러내는 것 좋지 않겠느냐하는 가족들과의 합의를 이루게 됐어요” - 김해성 대표
그리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전셋집 하나를 얻어 삼남매의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엄마 역할을 해 줄 선생님도 고심해서 선발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삼남매에게 새엄마 소개 시켜주는 날! 삼남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그의 하루를 따라 가봤다.
흑진주 삼남매, 다시 빛을 찾다
“처음 감동 했던 것이 ‘선생님 이제 여기 계속 있으라고요’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마음을) 조금씩 열고 있는 것 같아서 예뻐 보이죠 하루하루 다르게” - 차현미 선생님
선생님이 머리를 빗겨 주자,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는 용연, 그걸 보고 자기도 해달라고 다가오는 성연, 선생님 앞에서 웃으며 연신 떠들어대는 도담이. 고슴도치 아이들이 변한 걸까.
삼남매와 만난지 9일째 되던 날! 선생님은 용연, 성연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학교 끝나고 집에만 있는 두 아이에게 집중해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이 찾은 곳은 태권도 학원. 그런데 그 앞에 가자, 울며 안 가겠다고 하는 두 아이. 지금껏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했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싫었던 것이다. 관장님의 오랜 설득 끝에 드디어 두 아이는 태권도복을 입었다.
낯선 곳에 첫 발을 내딛은 용연, 성연! 난생 처음 학원이라는 곳에 다니게 되어서 일까, 기분이 좋은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온갖 귀여운 행동들을 하는데...삼남매의 보금자리에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과연 이들은 첫 날의 어색한 침묵을 깨고 서로에게 적응하고 친해졌을까.
흑진주 삼남매에게 희망의 빛이 찾아온 그날! 삼남매와 새엄마의 첫 만남부터 이후 생활 적응기까지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에서 생생하게 담아봤다.
기 획 - 허태정 연 출 - 김현철 대 본 - 한선정 홍 보 -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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