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배추 1포기당 가격이 1만 5천원을 기록, 건국 이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배추값은 조금씩 안정세로 들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원인을 둘러싸고 4대강사업으로 인한 농지부족설, 중간 유통업자의 폭리설, 대형마트의 사재기설 등 각종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저하로 보기엔 배추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것. 국민들의 식단에 이어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배추대란! 과연 배추값 상승의 비밀은 무엇일까?
▶ 생산자, 유통업자 모두가 “남는게 없다”
대표적인 고랭지배추 생산지인 강원도 평창 방림면. 배추값이 폭등했지만 현지 농민들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 마을의 이장 김 모씨는 배추값 폭등으로 농민들이 큰 이득을 봤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랭지 배추의 80% 이상이 수확하기도 전에 이미 밭떼기계약(포전거래)을 통해 산지수집상에게 팔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포전거래의 대가로 받은 배추 한포기 값은 불과 300여원. 그는 정작 이득을 본 사람들은 산지수집상들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산지수집상의 입장은 어떨까? 평창에서 올해 밭떼기 계약을 맺었다는 산지수집상 A 씨. 그는 이번처럼 배추값이 비쌌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산지수집상들 역시 올해 배추생산량이 급격히 줄어 큰 이득을 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오히려 과거 배추값이 폭락할 때면 치솟는 비료값에 인건비까지 감당하느라 늘 자신들이 손해를 떠안았다는 것. 취재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배추농사가 ‘도박’과도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배추대란에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
▶ 배추대란의 원인은 유통과정의 구조적 모순
전국의 농수산물이 모이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이 곳에 오는 대부분의 청과물은 경매를 거쳐 가격이 결정된다. 1994년 <농안법(농산물 유통과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배추, 무, 상추 등 주요한 농산물은 모두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경매를 거치도록 했기 때문이다. 가락시장 내 총 6개 도매시장법인들은 경매를 주도하고 낙찰가 4~7%를 수수료 수익으로 챙긴다. 그렇게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이 작년 한해 수수료 수익으로 챙긴 돈만 천이백여억원. 결국 배추를 포함, 농산물 유통과정에서 천여억원의 돈이 유통비 증가에 기여했다는 결론이다. 또한 지방 도매시장의 중도매인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지방공영도매시장의 불법 경매실태도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물량이 부족한 지방도매시장 같은 경우 지방의 중도매인들이 가락시장에서 물건을 사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영도매시장으로 물건을 들여올 경우, 꼭 경매에 상장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1차 경매된 상품이 또 다시 2차 경매에 상장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실제 경매는 거치지 않고 경매를 한 기록만 조작, 수수료만 도매법인에 지급하는 불법적 허위경매, 일명 ‘기록상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요동치는 배추값 이면에는 바로 복잡하고 후진적인 농산물 유통구조가 숨어 있었다.
▶ 직거래 시장이 공존하는 일본
일본도 우리처럼 올해 이상기후로 흉년이 닥쳤지만, 배추대란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일년 내내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늘 일정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직거래 시장이 활성화 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체 유통량의 20%만 경매로 처리할 뿐, 채소생산액의 25% 가량이 직거래 매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본의 직거래 시장은 생산자인 농민이 수요만큼 생산량을 미리 결정하고, 그것에 맞게 가격을 직접 책정한다. 출하된 채소는 매일 아침 포장, 직매장에 진열해 놓으면 소비자가 직접 와서 물건을 사가게 된다. 판매대금의 15%만 수수료로 나갈 뿐 나머지 수익은 고스란히 농부의 몫이 된다.
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유통과정에서 농민에게 돌아가는 생산자 수취가격이 배추 1포기 3천원 기준으로 1,000원 정도(약33%)에 그쳤지만 일본의 직거래는 2550원(약85%)으로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이 한국과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농민은 가난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는 비싸게 먹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농산물 유통구조와는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에서는 농산물 유통과정의 구조적 모순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2010년 10월 19일 (화) 23시 15분 방송
기획 김태현
연출 강지웅 / 이미영
글/구성 이화정
취재 김해연
홍보 남궁성우